[트럼프 재집권] 美우선주의 귀환, 동맹도 압박…폭풍의시대 오나
"우리를 이용만 해"…동맹에 불신 표명하며 무임승차 불가 재천명
스트롱맨엔 친근감…'사적 관계 기반' 변칙적 정상외교 부활 예고
2기 내각엔 '어른의 축' 대신 충성파…우크라·중동전쟁이 첫 가늠대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 우선주의'와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상 대선 승리를 확정 지으면서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대대적 변화가 예고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국제 무대에서 "미국이 돌아왔다"라며 복귀 신고를 한 지 4년만에 미국 외교의 방향이 '동맹과의 협력 강화'에서 국익 실현을 위해 '동맹도 압박하는 외교'로 180도로 바뀌게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특히 이번에는 내각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과격·돌출 행동을 견제하는 역할을 했던 이른바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 대신 '충성파'가 채워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1기 때보다 변화의 폭과 강도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당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이른바 스트롱맨들과의 친밀함을 과시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동맹국에 대해서는 불신감까지 보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이 주도해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반대하고 중동 전쟁에서는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옹호해왔다는 점에서 '두 개의 전쟁'을 비롯해 국제 정세의 유동성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의 유일한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과의 관계는 대중(對中) 견제라는 초당적 기조가 유지되겠지만, 통상 문제와 맞물리면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직접적인 압박 강도는 크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 "우리를 이용만 했다"…무임승차 불가론으로 동맹 분담 압박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외교의 핵심축인 동맹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가치나 노선보다는 돈 문제를 우선하고 있다.
미국의 지원을 받으면 상대방도 그에 상응해서 최대한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특히 유럽의 선진국들이 높은 경제 수준에도 불구하고 안보 문제에 있어서 무임 승차했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전당대회 대선 후보직 수락연설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다른 나라에 의해 이용당해 왔다"면서 "이런 나라들이 소위 동맹국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8월에는 유럽의 경제 규모가 미국과 같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관련, "우리가 1천500억달러를 (유럽보다) 더 지출했다"면서 "왜 그들은 동등하게 (지원)하지 않느냐"고 힐난하기도 했다. 나아가 그는 이와 같은 발언 과정에서 미국은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있어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큰 상관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도 수차 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2% 국방비 지출 목표에 대해서도 "세기의 도둑질(the steal of the century)이다.(GDP의) 3%로 올려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와 관련, 그는 나토 회원국이 국방비 목표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올해 2월 말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발언 때문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토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토에 계속 남아 있겠다는 취지로 말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도·태평양의 핵심 동맹인 한국에 대해서도 '머니 머신'(money machine·부유한 국가를 의미)이라고 부르면서 주한미군 방위비를 100억 달러(약 13조원)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차기 트럼프 정부의 정책 과제를 담은 헤리티지재단의 '프로젝트 2025 보고서'에서는 "한국이 북한에 대한 재래식 방어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중(對中) 정책의 한 축인 대만에 대해서도 미국의 반도체 사업을 가져갔다면서 "방어를 위해 우리에게 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으며 일본에 대해서도 유사한 기조를 보여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기조 때문에 바이든 정부가 강화해온 한미일,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미국·일본·필리핀 협력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격자형 소(小)다자 체제가 약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스트롱맨과 변칙적 담판외교 시사…'두 개의 전쟁'이 첫 무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가 가져올 또 다른 변화는 국제무대에서 '기피 인사'인 스트롱맨들과의 개인적 친분을 우선시한 돌출적 정상 외교의 부활 가능성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운동 내내 푸틴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이른바 '악의 축' 국가 지도자들과 자신이 가깝다는 점을 수차 부각하면서 "나는 전화 한 통으로 전쟁을 멈출 수 있다"고 말해왔다.
이는 실무 협상에서 정상 외교로 나아가는 전통적인 방식인 상향식(bottom-up)보다 정상간 개인적 관계에 기댄 변칙적인 하향식(top-down) 외교가 재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재임 중 김정은 위원장과 3차례 만나고 이른바 '러브 레터'를 주고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핵을 가진 북한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시 주석에 대해서도 '좋은 친구'라고 언급했으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대통령과는 퇴임 이후에도 수차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과 관련해선 경제적인 문제를 내세워 중국산 제품에 대해 60% 이상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등 초강경 통상 정책을 공약한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에 따른 미국의 대외 정책 변화는 두 개의 전쟁에서 가장 먼저 체감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미국을 비롯해 서방 국가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최고의 세일즈맨'으로 '조롱'하면서 추가 지원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특히 지난 9월 말 유세 때 러시아의 침공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조금 (영토를) 포기했어야 했다. 최악의 협상도 지금보다 나았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협상을 거부하는 젤렌스키에게 수십억 달러를 계속 주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종전 협상을 압박하고 러시아와의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선거 운동을 하면서 수차례에 걸쳐 "취임 후 24시간 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공언해왔다.
재임 중에 친(親)이스라엘 중동 정책을 구사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동 전쟁에서도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어왔다.
그는 다만 전쟁 자체는 빨리 '해치워야 한다'(get it over with)는 입장이다. 가자지구 내 최악의 인도적 상황 등에 대한 고려보다는 이스라엘이 국제 여론전에서 밀리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방미한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기 직전에도 "이스라엘은 이것을 빨리 끝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그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자신이 취임하기 전까지 전쟁을 끝내길 원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자 지구 내 이스라엘군을 잔류시키는 것을 찬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정부는 그동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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