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대미 투자계획 전면 재검토해야…반도체·車 영향 불가피”
관세 등으로 FTA 무력화 가능성…타국 대상 보조금 철폐할 수도
대중 견제 강화는 한국에게는 '양날의 검'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김보경 홍규빈 기자 =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제치고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우리나라 산업계에 미칠 여파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대대적 변화를 예고한 만큼 국내 기업들이 미국 시장 진출 전략이나 투자·생산 계획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관세 등으로 자유무역협정(FTA) 체제를 무력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는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트럼프는 친환경 정책과 타국 기업 대상 보조금에 부정적이라 그동안 혜택을 받아온 국내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업체들도 변화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은 국내 통상·산업 전문가들의 전망을 정리한 내용이다.
▲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한국 기업들은 모든 대미(對美)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새로 짜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다시 말해 '리셋'을 해야 한다.
먼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화석 연료로의 귀환을 기치로 내걸었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및 청정에너지 정책 전체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국내 자동차기업들이 영향권에 들 수 있다.
두 번째로 그는 프렌드쇼어링(우호국 내 생산),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 생산거점 이동)을 다 무시하고,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기업만 챙겨준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FTA 효력이 상당 부분 약화할 수 있고, FTA를 체결한 한국도 여파를 피할 수 없다.
트럼프는 보편 관세 등으로 중국에 대해 큰 주먹을 휘두를 가능성이 커 우리나라는 이에 따른 플러스와 마이너스 효과를 모두 준비해야 한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경우 한국 기업은 미국 시장에서 반사 이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무역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도 커 대중 수출에서는 피해를 볼 수 있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따라 대대적인 관세를 한국에 예고하며 이를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방위비 인상 이슈로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환율을 건드리는 것인데 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 원장
트럼프는 모든 나라에 적용하는 보편 관세를 높일 것이고,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더 높게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무역 적자를 싫어하는 그는 FTA를 무시할 가능성도 크다.
아무리 우리나라가 미국에 투자를 많이 하고, 고용 기회를 늘려줘도 트럼프는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400억달러 이상 적자를 보는 것만 문제 삼을 것이다.
그 말은 FTA를 손대면서 한국을 관세 예외국으로 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는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중국 등 다른 나라를 견제할 것인데 이에 따라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에 줬던 보조금을 없앨 수 있다.
▲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 내 아주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전 바이든 정부와는 기조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그는 한미동맹과 관련, 주한미국 철수와 분담금을 거론하고, 대미 흑자를 보는 우방국들에는 보편 관세 부과를 언급하고 있다. 미국에 흑자를 많이 내는 나라에 대해 흑자만큼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얘기다.
트럼프는 미국에 투자한 우리나라 기업들이 보조금을 받는 것에 대해서도 매우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칩스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는 국내 기업들은 긴장하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는 한미 FTA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재검토한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멕시코에 투자해 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 접근하려고 했던 우리나라 기업들이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중국도 무조건 견제한다는 입장인데 우리나라로서는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아진 상황이다.
▲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
트럼프의 당선으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
미국이 반도체 보조금을 주는 것은 다 자국 이익 때문인데 한국 기업이 보조금을 받아 생산라인을 확대하면 미국에도 나쁘지 않다. 고용 창출 면에서만 봐도 미국 국익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타국 기업에 반도체 보조금 주는 것을 안 좋게 얘기했는데 이는 선거 승리를 위한 의례적인 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 김경유 산업연구원 박사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따라 자동차 산업은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만약 타국 자동차에 10%가량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 국내 자동차기업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1기 때 파리협약을 탈퇴했던 트럼프는 친환경 정책에 큰 관심이 없어 전기차 시장 열기가 식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현대차·기아 등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하이브리드차에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바뀐 수요에 대해서 대응이 가능하다.
다만 자동차나 배터리 등 현지에 합작공장을 설립한 업체들은 트럼프 당선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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