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감사, '권한남용·이해충돌' 논란에 감사원에 "날 감사하라"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최근 국정감사 과정에서 감사권을 남용하고, 회삿돈으로 자신이 몸담은 학회를 지원하는 등 이해관계 충돌 행위를 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한국전력 상임감사가 결백을 증명하고 싶다면서 감사원에 본인 대상 감사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한전 감사실은 전영상 상임감사가 지난달 30일 감사원에 자신을 상대로 한 감사를 해 달라는 청구서를 접수했다고 3일 밝혔다.
최근 국감 기간 전 상임감사 취임 후 한전의 감사 건수와 징계 건수가 급증했고, 특히 연구개발(R&D) 분야를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진행한 감사의 후유증으로 전력연구원에서만 52명이 퇴사하고 73명이 휴직하는 등 연구 역량이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 한전 기획 감사 업무와 관련해 587명의 이메일을 해당 직원 동의 없이 열람하거나, 특정 직원의 허위 출장 내용을 확인하겠다면서 회사 CCTV 화면을 열람한 것을 두고도 개인 정보 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아울러 한전 감사실이 전 상임감사가 이사로 있던 한국행정학회와 포럼을 개최하면서 개최 비용 1천400여만원을 지불했고, 감사자문위원회 위원으로 고교 동문 등 지인을 위촉해 일감을 줬다는 등의 이해관계 상충 의혹도 제기됐다.
전 상임감사는 과잉 감사 지적과 관련해서는 R&D 부조리 척결을 위해 규정된 절차에 따라 감사를 했고, 전력연구원의 자연 퇴직자 변수를 제외하면 퇴직·휴직 인원은 전임 상임감사 때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본인 동의 없는 이메일 열람과 CCTV 화면 열람 부분은 '공공기관 감사법'에 따른 적법한 절차였고,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정당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행정학회 비용 지원이나 지인을 위원으로 위촉했다는 비판에는 2015년 자신이 이사에서 물러나 법률적으로는 이해 충돌 방지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적법하게 자문 인력 풀을 구축했다고 주장했다.
전 감사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최선을 다했으나 부족함도 있을 것이고, 모르는 잘못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정확하고 철저하게 조사하고 평가해 주신다면 책임질 것은 책임지고 반성할 것은 반성,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출신인 전 상임감사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 충북본부 대표를 맡았고 작년 2월부터 한전 감사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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