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美대선 뒤흔든 '쓰레기' 발언…초박빙 판세에 최대변수되나

입력 2024-10-31 07:11
막판 美대선 뒤흔든 '쓰레기' 발언…초박빙 판세에 최대변수되나

트럼프측 '푸에리토리코=쓰레기섬'·바이든 '트럼프 지지자=쓰레기' 파문

바이든·백악관, 해명 안간힘에도 역부족…해리스측, 사태수습에 '비상'

해리스 "누구에게 투표했는지에 따라 비판하는 것 강력 반대"…거리두기

'찬조연설 악재' 트럼프는 역공…"미국인 미워하면 美대통령 될수 없어"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초박빙 접전 양상이 이어지는 미국 대선판이 때아닌 '쓰레기 발언'으로 요동치고 있다.

30일(현지시간)로 미국 대선일까지 꼭 엿새를 남겨놓은 가운데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양측에서 잇따라 터진 막말과 실언으로 여론이 출렁이면서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논란이 되는 '쓰레기(garbage)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 시기 남부 국경을 통한 이민자 유입 급증 문제를 비판하면서 먼저 사용했다.

지난 24일 남부 선벨트 경합주인 애리조나에서 행한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미국)는 전 세계의 쓰레기통(Garbage can) 같다"고 말했다.

이 언급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평소 중남미 국가의 범죄자들이 미국에 불법으로 침입해 치안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해왔기에 큰 논란이 없었지만, 지난 27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뉴욕 유세에서 한 코미디언의 발언은 곧바로 문제가 됐다.

당시 찬조연설에 나선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라고 표현한 뒤 미국내 600만명에 이르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은 물론 라틴계 유권자들이 발끈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역풍을 맞았다.

트럼프 대선캠프는 힌치클리프의 발언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고 곧바로 선을 그었지만, 해리스 부통령 측은 해당 발언 영상을 광고로 만드는 한편 경합주의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권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대량 발송했다.



대선 막바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세에 바짝 긴장하던 해리스 부통령 측에는 분명 호재였지만, 곧이어 바이든 대통령의 실언이 터져 나오면서 양측의 처지는 정반대가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히스패닉 유권자 단체 행사에 앞서 취재진이 힌치클리프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내가 보기에 밖에 떠다니는 유일한 쓰레기는 그(트럼프)의 지지자들"이라고 발언한 것이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이 양극단으로 나뉘어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은 미국인의 절반가량을 '쓰레기'라고 지칭한 것으로 읽히게 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곧바로 소셜미디어에 "트럼프의 지지자가 쏟아낸 혐오 수사(발언)를 쓰레기라고 표현했다"고 적었고, 이날은 백악관까지 나서서 "바이든 대통령이 당시 언급한 것은 푸에르토리코 커뮤니티에 대한 증오를 쏟아낸 특정 코미디언의 발언에 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이러한 해명이 잘 먹히지 않는 상황으로 악화하고 있다.

안 그래도 여론조사에서 30% 후반대의 낮은 지지율을 보이는, '인기 없는' 바이든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있는 해리스 부통령으로서는 오히려 내부로부터 튄 불똥에 예기치 않은 악재를 만나게 된 셈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오전부터 서둘러 진화를 시도했다.

그는 워싱턴DC에서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 유세를 위해 출발하기 전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이 발언을 해명했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누구에게 투표했는지에 따라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평소 트럼프 전 대통령을 특정 계층과 인종만을 중시하는 사람으로 규정하면서 자신은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해온 자신의 약속이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으로 희석될 것을 우려한 언급이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도 "나에게 투표하지 않은 사람을 포함해 모든 미국인을 대표하고, 그들의 필요와 바람을 해결할 것", "나는 트럼프와 달리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들(트럼프 지지자)에게 테이블에 앉을 자리를 줄 것" 등 '화합'과 '포용'에 방점을 찍은 발언을 쏟아냈다.



반면, 힌치클리프의 발언으로 비상이 걸렸던 트럼프 대선캠프는 바이든 대통령의 실언이 그의 4년 전 대선 러닝메이트이자 국정 운영 파트너인 해리스 부통령의 인식과 똑같다는 논리로 엮으면서 곧바로 대반격 모드로 전환했다.

캐롤라인 레빗 캠프 대변인은 "바이든과 해리스는 미국을 증오한다. 그리고 4년 더 할 자격이 없다"며 "해리스는 수천만 미국인에 대한 이 수치스러운 공격에 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도 "역겹다. 해리스와 그녀의 보스 바이든이 이 나라의 절반을 공격하고 있다"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 미국인이 이를 거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캠프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날 노스캐롤라이나 록키마운트에서 진행한 유세 연설을 통해 직접 역공을 폈다.

그는 "바이든이 마침내 그와 카멀라가 우리 지지자들을 진정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했다. 쓰레기라 불렀고, 그것은 (그들의) 진심"이라며 "미국인을 미워하면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또 "내 지지자들은 비뚤어진 바이든이나 거짓말쟁이 해리스보다 훨씬 더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라며 "여러분은 미국의 심장이며 영혼이다. 여러분은 미국을 건설한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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