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극단세력, 소아마비 예방접종팀에 총격…경찰 2명 사망
극단주의자들 "예방접종은 비이슬람적인 서방의 음모" 주장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소아마비가 풍토병으로 남아있는 파키스탄에서 예방접종 운동이 시작되자 괴한들이 보건소 의료팀에 총격을 가해 경찰 2명이 사망했다.
30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일간 돈(Dawn)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보건 당국은 지난 28일부터 일주일 동안 5세 미만 어린이 4천500만여명에게 소아마비 예방접종을 하겠다며 새로운 백신 접종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자 지난 29일 한 무장세력이 파키스탄 북서부 카이버파크툰크와주 오라크자이 지역에 있는 한 보건소를 공격했다. 소아마비 백신을 보관하고, 예방접종 의료팀이 활동하는 장소에 총격을 가한 것이다.
이 공격으로 의료팀과 함께 백신을 지키던 경찰 2명이 총에 맞아 숨졌고, 보건소를 공격한 괴한 3명도 사망했다.
또 인근 북와지리스탄에서는 또 다른 무장 세력이 보건소를 습격해 경찰 무기를 빼앗고 의료진에게 백신 접종 운동에 참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현지 언론은 무장세력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카이버파크툰크와주가 파키스탄 탈레반의 거점인 만큼 이들이 배경일 수 있다고 전했다.
소아마비는 주로 5세 미만 어린이가 걸리는데 성인도 발병할 수 있으며 영구적인 근육 쇠약과 마비 등의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소아마비 바이러스는 하수 등 오염된 물을 통해 퍼지며 전염성이 매우 강하지만, 전 세계적인 예방접종으로 대부분 나라에서는 사라졌다.
그러나 파키스탄과 이웃 나라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백신 접종률이 높지 않아 계속해서 환자가 나오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지난해 6건의 환자만 나왔지만, 올해는 벌써 41건의 환자가 발생하는 등 최근 들어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건 당국은 수시로 소아마비 백신접종 운동을 펼치며 가정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접종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이슬람 성직자들과 극단주의 세력은 소아마비 백신이 비이슬람적이며 무슬림 어린이들을 불임 상태로 만들려는 서방의 음모라며 이를 반대한다.
지난 9월에는 백신 접종팀을 겨냥한 무장 괴한 공격이 잇따르자 이들을 경호하던 일부 경찰들이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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