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2.5조원 유상증자 '승부수'…전체주식의 20% 규모(종합2보)
우리사주에 20% 우선 배정…모든 청약자에 최대 3%만 배정
유증 성공하면 최윤범 회장측 지분 36.1%로 영풍·MBK 35.6%에 앞서
영풍·MBK "시장질서 유린 행위…법적조치"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고려아연이 발행주식의 20%에 육박하는 373만2천650주에 대한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나선다. 신주의 20%는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한다.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유상증자를 통해 국민기업으로 도약하고, 개방적인 지배구조 및 경영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고려아연은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에 맞서 경영권 수성을 위해 발행 주식 수를 늘려 기존 지분은 희석하고,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박빙의 지분 싸움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번 유상증자에 성공하면 최 회장 측은 지분 경쟁에서 영풍·MBK 연합을 앞서게 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최근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 및 임시 주주총회 소집 청구 사항 등을 보고하고, 부의 안건으로 일반공모 증자의 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사회 직후 고려아연은 보통주 373만2천650주에 대한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유상증자 물량은 고려아연 전체 발행주식의 18% 규모다. 최근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자사주를 예정대로 소각하면 이 비율은 20%로 높아진다.
1주당 모집 가액은 67만원으로 제시됐다. 이를 통한 확보 자금 규모는 약 2조5천억원이다.
다만, 모집 가액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청약일 전 3∼5거래일의 가중 산술 평균 주가에 할인율 30%를 적용해 최종 확정된다.
청약은 12월 3∼4일 진행하며 신주는 같은 달 18일 상장될 예정이다.
자금 조달 목적은 채무상환자금 2조3천억원, 시설자금 1천350억원, 타법인 취득자금 658억원 등이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이차전지 등 국가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투자하고, 일부는 채무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 모집 주식 중 80%에 대해서는 일반공모를 실시하고, 나머지 20%는 법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한다.
이는 자본시장법상 의무 규정이라고 고려아연은 설명했다.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한 모든 청약자에게 총 모집 주식의 최대 3%(11만1천979주)까지 배정할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이는 주주 기반을 확대해 국민 기업화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청약 물량 제한은 과거 다수 사례가 존재하는 합법적 사안"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유상증자가 최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꺼낸 '회심의 카드'라는 말이 나온다.
발행 주식 수가 늘어나면 기존 지분이 희석되는 효과가 있는데, 예정된 자사주 204만30주(9.85% 지분) 소각으로 영풍·MBK 연합의 지분이 38.47%에서 42.67%로 높아지는 것을 다시 낮추고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추가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은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포함해 35.40%, 영풍·MBK 연합이 38.47%를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고려아연이 최근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자사주를 소각하면 이 비율은 각각 39.27%, 42.67%로 높아져, 최 회장 측이 약 3.4%포인트 뒤지게 된다.
그러나 이번 유상증자가 성공하면 고려아연 전체 주식이 2천239만5천903주로 늘어나면서 최 회장 측 지분은 이번에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되는 주식(3.33%)까지 합쳐 36.06%로 조정돼 영풍·MBK 연합의 지분(35.56%)을 앞서게 된다.
최 회장 측과 영풍·MBK 연합도 각각 이번 유상증자 청약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대 청약 물량이 유상증자 주식의 최대 3%로 제한돼 있어 지분 우위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양측이 지분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추가 우군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려아연은 이번 일반 공모 증자를 통해 소유 분산 구조와 주주 기반 확대 등을 통해 '국민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주식 거래량 축소로 인한 상장 폐지 리스크 해소 및 주식 유동성 증대를 통한 주가 불안정성 해소 등 효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영풍·MBK 연합은 공시 직후 입장문을 내고 "기존 주주들과 시장 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최 회장의 유증 결정은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배임이라는 점을 자백하는 행위"라며 "이번 유상증자 결정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고려아연은 보도자료를 내고 "투기적 사모펀드 MBK와 실패한 기업 영풍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한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대해 또다시 배임과 법적 수단 운운하며 시장을 교란하고 의도적으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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