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가축 전염병…AI 유행철 앞두고 방역당국 긴장

입력 2024-10-30 16:30
잇따르는 가축 전염병…AI 유행철 앞두고 방역당국 긴장

올가을 가금농장서 첫 고병원성…확산 때 축산물값에 영향 우려



(세종=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올해 전국 축산농가에서 럼피스킨,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가축전염병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더해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확인되면서 방역당국이 추가 발생을 두고 촉각을 세우고 있다.

럼피스킨과 ASF, 고병원성 AI 등 3종 가축전염병은 모두 바이러스성으로, 정부가 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하고 관리하고 있다.

3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국내 축산농장에서 발생한 럼피스킨은 모두 17건으로 집계됐다.

시기별 발생 건수를 보면 8월과 9월 각각 2건, 3건에서 이달 12건으로 크게 늘었다.

정부는 이 기간 럼피스킨 발생 지역 농장 소 166마리를 살처분했다.

발생 지역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 8월만 해도 경기도에 한정됐으나 지난 9월 강원과 충북 등에서도 확인된 데 이어 이달에는 경북, 충남 등에서도 감염 사례가 추가됐다.

럼피스킨은 모기와 침파리 등 곤충이 매개하는데 정부는 곤충 활동이 줄어드는 다음 달 중순까지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감염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다만 올해 소 약 300만 마리에 백신을 접종했고 방역 조치를 해온 만큼 전국적인 확산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김종구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은 이날 회의에서 "당분간 백신 접종이 소홀한 농장을 중심으로 럼피스킨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소 사육 농가는 새로 태어난 송아지 등에 대해 백신을 적시에 접종하고 사육 환경을 깨끗이 해 매개곤충의 서식 밀도를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백신 접종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축산물이력관리시스템을 통해 접종 누락 개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소 거래 시 백신 접종 증명서 휴대를 의무화했다.

또 중국산 사료 원료 수입 업체와 가축 시장 등에 대해 매개곤충 방제를 강화했다.

작년의 경우 럼피스킨은 107건 발생했으나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기온이 떨어지면서 11월부터 발생 빈도가 낮아졌다.



ASF의 경우 국내 축산농장에서 지난 2019년부터 현재까지 모두 47건 발생했다. 발생 건수는 2019년 14건에서 2020년 2건으로 줄었다가 2021년 5건, 2022년 7건, 작년 10건 등으로 매년 늘었고 올해는 10개월간 9건 나왔다.

ASF 발생 지역 역시 경기, 강원 등 접경 지역에서 최근 경북까지 확대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동절기 고병원성 AI 유행철이 다가와 방역당국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이날에는 강원 동해시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올해 가을 들어 처음으로 고병원성 AI가 확인돼 당국은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 가금농장과 축산시설, 차량 등에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김 실장은 "곧 철새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고병원성 AI 위험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금농가는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의심 증상을 발견하는 즉시 방역당국으로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김승택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인수공통바이러스연구팀장은 이와 관련 "해외에서도 고병원성 AI 발생이 계속 보고되는 상황"이라며 "모니터링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미국에서는 조류뿐 아니라 사람과 소가 각각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사례가 나왔고, 작년에는 국내에서 고양이가 양성 판정을 받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고병원성 AI가 유행할 경우 가금류 폐사와 살처분 등 방역 조치로 인해 닭고기와 오리고기, 계란 등 축산물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농식품부는 고병원성 AI 유행철인 동절기에는 고병원성 AI가 축산물 가격 상승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수급 불안에 대비해 닭고기에 할당관세 물량을 도입하고 미국산 계란 112만개를 시범적으로 들여왔다.

방역·검역 인력 부족으로 인한 만성적인 업무 부담도 문제로 꼽힌다.

시료 채취와 역학조사, 살처분 등 가축 방역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수의사인 가축방역관은 작년 1천130명으로, 정원 1천214명에 6.9% 모자란다.

공항, 항만 등에서 동물과 축산물 등에 대한 수출입 검역 업무를 맡는 수의사인 동물검역관은 작년 199명으로 정원 241명보다 17.4% 부족했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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