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모로코, 마크롱 방문 계기 15조 규모 계약(종합)
고속철도 확장·친환경 수소 생산·재생에너지 개발 포함
마크롱, 서사하라 영유권 거듭 인정…불법 이민 협력 촉구
(요하네스버그·파리=연합뉴스) 유현민 송진원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모로코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이 최대 100억 유로(약 15조원)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한다고 AFP 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빈 방문 첫날인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 모하메드 6세 국왕이 참석한 가운데 여러 계약이 체결됐으며 29일에는 에너지와 인프라 분야에서 더 많은 계약이 예상된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프랑스 철도 제조업체인 알스톰은 이날 맺은 계약에 따라 최대 18량의 고속열차를 모로코에 공급한다고 AFP는 전했다.
프랑스 에너지기업 엔지는 모로코 국영에너지공사와 최대 35억 유로(약 5조2천억원)에 달하는 재생 에너지 계약을 체결했고 토탈에너지는 모로코에서 친환경 수소 생산을 개발하는 계약을 했다.
AP 통신도 이날 양국 정상이 미래 투자와 문화, 과학 부문 협력 촉진을 위한 22개 협약에 서명하는 행사에 배석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총 100억 유로에 달하는 투자에는 모로코의 고속철도를 남쪽 마라케시까지 확장하는 사업과 친환경 수소, 풍력 발전소, 수자원 개발 프로젝트 등이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양국 관계는 2021년 프랑스가 모로코인에게 발급하는 비자 수를 절반으로 줄인 이후 갈등을 빚다가 최근 마크롱 대통령이 모로코의 서사하라 영유권을 사실상 인정하면서 급속히 회복됐다.
서사하라는 1975년 스페인의 식민 통치에서 벗어나면서 이 지역 대부분을 병합한 모로코와, 서사하라 독립운동 세력인 폴리사리오가 알제리의 지원으로 1976년 수립한 사하라아랍민주공화국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분쟁 지역이다.
과거 모로코와 알제리를 식민 통치한 프랑스는 두 나라 사이에서 중립적이었지만 지난 7월 모하메드 6세 국왕의 즉위 25주년을 맞아 모로코의 서사하라 영유권을 인정했다. 알제리는 이에 반발해 프랑스 주재 자국 대사를 불러들인 뒤 아직 후임 대사를 파견하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29일 모로코 의회 연설에서도 서사하라에 대한 모로코의 주권을 재확인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그는 "서사하라의 현재와 미래가 모로코 주권의 틀 안에 있다"며 이 입장이 "누구에게도 적대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기술자와 기업들은 현지 주민의 이익을 위한 투자, 지속 가능한 이니셔티브 및 연대를 통해 이 지역 발전을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불법 이민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간 협력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양국은 불법 이민과 영사 문제에서도 자연스럽고 원활한 협력이 필요하며 더 많은 성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자국이 추방하기로 한 모로코인의 원활한 본국 송환을 위해 모로코 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영사 증명서를 발급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브뤼노 르타이오 내무 장관은 압델루아피 라프티 모로코 내무 장관과 만나 불법 이민 문제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30일 아프리카 식량 안보 등에 대해 관계자들과 논의한 뒤 프랑스 교민 간담회로 국빈 방문 일정을 마무리한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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