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 '경영권 분쟁' 고려아연 반도체 황산 품질유지 우려
고려아연 연간 140만t 황산 생산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에 공급
"경영권 분쟁으로 황산 물량 조정 가능성…큰 손해·주주가치 저하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한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업계가 고려아연의 '반도체 황산' 품질 유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아연은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고려아연의 반도체 황산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가 품질 유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지속해 내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최근 국내 한 반도체 고객사는 "반도체 제품 및 공정 난도가 증가함에 따라 황산 품질에서 특이점이 발생 시, 반도체 생산 및 품질관리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고려아연 반도체 황산의 안정적인 공급과 품질 유지가 중요하다"고 알려왔다.
아울러 "귀사의 황산 품질 미세 변동으로도 당사 공정 산포가 흔들리고 있을 정도"라고 언급했다.
이 고객사는 삼성전자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이에 대해 "고려아연이 핵심 공급망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로 반도체 황산으로 불리는 고순도 황산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매우 중요한 소재로,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품질 관리가 필요하다.
고순도 황산은 반도체 제조 시 웨이퍼(반도체 제조용 실리콘 원판) 표면의 이물질과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된다. 반도체 제조 초기와 후기 공정에 필수 역할을 하는 반도체 황산은 제품 수율을 높이기 위해 고순도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고려아연은 국내 반도체 업계에 고품질의 반도체 황산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공급망 안정에 기여해왔다.
고려아연은 온산 제련소에서 반도체 황산을 포함해 연간 총 140만t의 황산을 생산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와 관련, 고려아연은 한 고객사가 '오랫동안 귀사의 꾸준한 증설을 통한 안정적인 공급, 협업, 품질 투자로 당사와 동반성장 및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고 전하며 "해당 고객사 기준과 요구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붐'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어 앞으로도 국내 황산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이런 환경에 발맞춰 반도체 황산을 미래 사업으로 낙점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고려아연은 "국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경영권 분쟁 사태로 인한 공급 차질을 염려해 고려아연으로부터 받는 반도체 황산 물량을 조정해 국내외 다른 업체로 공급처를 다양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핵심 수요처가 사라지고 고려아연은 회사 차원에서 큰 손해를 입고 주주가치도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지난달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경영권 인수 추진 직후에도 고려아연으로부터 아연, 연, 귀금속, 반도체 황산 등을 공급받는 국내외 80여개 고객사는 최고 수준의 제품 품질이 저해될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고려아연 품질 유지 요청서'를 발표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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