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분진은 잊어라"…친환경·안전 투자로 재탄생하는 삼표시멘트
분진·탄소 저감 위해 친환경 설비 잇달아 구축…내년 상반기 안전체험장 준공
(삼척=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지난 23일 방문한 강원도 삼척의 삼표시멘트 공장.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시멘트공장이자 연간 900만t(톤) 규모를 생산하는 대규모 시설이지만 공장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뿌연 시멘트 가루가 아니라 대형 선박이었다.
공장 부지와 맞닿은 삼척항에 정박한 이 선박은 전국 각지로 시멘트를 운송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 위로 최소 수백미터 길이의 기다란 파이프라인이 지나고 있었다.
이 파이프라인은 공장 저장 창고에서 시멘트를 배에 싣기 위한 밀폐형 운송관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저장소와 선박을 바로 연결하는 데다 밀폐돼 있어서 분진 발생 원천 차단한다. 우천 등 날씨 영향도 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
삼표시멘트 관계자는 이날 공장 견학을 온 기자들에게 "시간당 700∼800t씩 선적 가능하며 보통 10∼12시간 선적한 뒤 운송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삼표시멘트는 이런 전용선 14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루에 2척가량이 출항한다.
삼표시멘트가 이런 설비를 구축한 주요 이유는 환경 문제 대응 차원이다. 시멘트 공장 주변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분진 등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기피 시설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자구책인 셈이다.
삼표시멘트는 같은 이유로 2년 전 부지 내 건설한 석회석 저장시설도 완전 밀폐형으로 만들었다. 이 역시 비산 방지를 위한 것으로, 비산 방지와 함께 우천 시 석회석 물이 흘러내리는 것도 방지한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삼표시멘트 공장은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의 배출도 획기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
시멘트 제조를 위해서는 석회석과 점토, 규석, 철광석 등의 광물을 미세하게 분쇄한 뒤 소성로(킬른)에서 2천℃의 고온으로 연소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통해 조약돌 형태의 클링커가 만들어지는데 이를 소량의 석고와 섞어 분쇄한 것이 시멘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되는 질소산화물이 배출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날 방문한 공장의 소성로 옆 굴뚝에선 연기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회사측은 이미 친환경 투자 설비를 통해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법적 규제 이하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7년까지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70∼80% 감소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표시멘트는 전용선이나 질소산화물 감축을 위한 각종 여과 장비 외에도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연구 개발도 진행 중이다.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연소하고 남은 석탄재를 건식 상태로 시멘트공장으로 이송한 뒤 시멘트 부연료로 사용하는 신기술을 개발해 지난해 8월부터 생산 공정에 적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석탄재를 사용하면 클리커 생산을 줄여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고, 국내 연안에 매립해야 하는 석탄재 물량도 줄이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연소 과정에서 화석연료인 유연탄 대신 폐비닐이나 폐플라스틱 등 폐합성부지를 사용해 화석연료 비중을 낮추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폐합성부지를 사용하면 유해 물질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2천℃의 고온에선 이런 물질도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대재해 다발 사업장'을 지정되기도 했던 삼표시멘트 공장은 안전사고 절감 노력도 배가하고 있다.
2020년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1명이 기계에 끼어 숨지고 같은 해 7월 다른 근로자 1명이 7m 높이에서 추락 사망하는 등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안전 우선으로 경영 방식을 바꿨다.
심연석 삼표시멘트 최고안전책임자(CSO)는 "예전에는 안전과 이윤이 충돌하면 원가 중심의 선택을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무조건 안전 우선이다. 안전이 확보되면 영업이익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말했다.
삼표시멘트는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40억3천만원과 47억원에 이어 올해 57억6천만원을 안전 개선에 투자했다.
작업공간의 각종 시설물에 안전장치 강화 등의 투자에 더해 협력사까지 안전 규칙인 '8행 5금(반드시 해야할 8가지와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할 5가지)'을 숙지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내 강사 육성을 통해 모두 46명의 안전강사를 배출했다. 이들은 매주 사내 직원부터 협력사, 일용직 직원들까지 대상으로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나아가 공장 부지 내 600평 규모의 안전체험교육장(Safety Training Center)도 건립한다.
내년 상반기 준공될 예정인 이 교육장은 가상현실(VR)을 활용해 다양한 산업재해를 직접 보고 느끼도록 함으로써 현장에서의 위험을 대비하도록 한 체험 공간이다.
현재 설계가 진행 중이며 시멘트업종에 특화해 고소작업, 중장비작업, 전기작업 등 현장에서 많이 이뤄지는 고위험 작업을 중심으로 안전 체험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직원 훈련과 함께 더 많은 사내 강사를 육성해 협력사 교육까지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심 CSO는 "삼표그룹 내 안전 체계가 정착되면 지역 사회로 교육 범위를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luc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