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3세, 英연방 연설서 "고통스러운 과거"…사과는 안해
공동성명에 '배상적 정의 요구' 포함 가능성…스타머 "요구 이해" 언급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25일(현지시간) 즉위 후 첫 영연방 정상회의(CHOGM) 연설에서 '고통스러운 과거'를 언급했다.
찰스 3세는 이날 사모아에서 열린 정상회의 연설에서 "우리 과거의 가장 고통스러운(painful) 측면이 얼마나 계속해서 공명하고 있는지 영연방 전역의 사람들로부터 들어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래에 옳은 선택을 내리도록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라며 "기회와 교육, 기술훈련, 고용, 보건, 인류가 생존·번영할 지구 환경에 불평등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문제를 다룰 올바른 방법과 언어를 찾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누구도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진심으로 그 교훈을 배우고 불평등을 해결할 창의적인 방식을 찾는 데 전념할 수는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찰스 3세는 식민 지배 시 저지른 잘못을 직접적으로 사과는 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케냐를 방문했을 때도 '슬픔과 유감'을 표명하면서 사과는 하지 않았다.
찰스3세의 영연방 순방에 맞춰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국가를 중심으로 영국에 과거 노예무역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필립 데이비스 바하마 총리는 AFP 통신에 "우리가 과거의 잘못을 어떻게 다룰지 진정한 대화를 해야 할 때가 왔다"며 "배상적 정의는 쉽지는 않으나 중요한 대화"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이번 회의를 앞두고 영국의 사과나 배상을 의제에 올리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BBC 방송은 이번 회의 공동성명 초안에 "아프리카인을 노예화하고 재산화한 대서양 무역과 관련해 배상적 정의에 대한 논의를 촉구한다"는 언급이 담겼다고 전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정상회의에서 "우리는 공유된 역사를 인정해야 한다"며 "이곳에서 감정의 강도, 그리고 배상적 정의를 통해 과거의 피해와 불의에 맞서라는 요구가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또 내년 영국·카리브해 포럼을 개최해 기후 대응과 교육, 무역, 성장 등 미래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날 BBC와 한 인터뷰에서는 "노예무역은 혐오스러운 것"이며 "우리 역사에 대해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은 별도 인터뷰에서 경제적 배상과 관련, "그건 우리 정부가 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가능성을 배제했다.
다만, '배상적 정의'는 채무 탕감, 공식 사과, 교육 프로그램, 박물관 건립, 경제적 지원, 공중보건 지원 등 다양한 형태로 가능하다고 BBC는 짚었다.
가디언은 총리실 한 소식통을 인용해 정부가 금융 구조조정이나 부채 탕감과 같은 배상적 정의의 형태를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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