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어린이정원, 석면건물 품고 1년간 방문객 20만명 맞았다
석면 의무해체 대상 아니라지만…안전조치 충분했는지 의문
올해 7월 해체 완료…2개동은 전문공사 없이 리모델링 중 '해체'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정부가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함께 미군기지 반환 부지에 조성한 용산어린이정원 내 존치 건물 24개동 중 9개동에서 고농도 석면 자재가 발견됐다.
석면 자재가 쓰인 건물을 폐쇄한 정부는 개방 1년 2개월 만인 올해 7월에야 석면 전문 해체공사를 진행했으나, 이미 그사이에 방문객 20만명 이상이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제출받은 '용산어린이정원 개방구역 건물별 석면조사 및 해체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어린이정원 개방구역 내에 남아 있는 건물 9개동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이들 건물에서는 백석면 85%를 함유한 석면포, 60%를 함유한 보온재, 15% 함유 석면관 등이 발견됐다.
석면은 2009년부터 국내에서 제조와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지정한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되면서다.
석면 슬레이트나 천장 건축자재(텍스)의 석면 함유율이 통상 3∼4% 정도이고 많아야 10%인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어린이정원 건물에 상당한 고농도의 석면 자재가 쓰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용산어린이정원 사업을 위탁받은 LH는 전문업체가 석면 자재를 해체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물을 폐쇄 조치했고, 이 상태에서 지난해 5월 어린이정원이 개방됐다.
LH는 9개동은 석면 건축자재가 사용된 면적의 합이 500㎡ 이하이고, 철거 해체하려는 자재 면적의 합이 50㎡ 이하인 곳이기에 의무적으로 석면 해체 공사를 해야 하는 건물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석면 의무 철거 건축물(설비)에 해당했던 용산어린이정원 내 체육관 등의 석면을 2022∼2023년 우선 해체했다는 것이다.
의무 철거 대상이 아니지만 석면 자재가 남아 있는 건물은 문을 잠가 놓고 외부와의 접근을 차단했다는 게 LH의 설명이다.
그러나 해당 건물은 방문객이 들어갈 수는 없지만 얼마든지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있고, 위험 물질이 보관된 공간에 부착하는 경고 표지물도 없는 상태로 남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오래된 석면포의 경우 석면 섬유로 짜여 있어 만지면 쉽게 부스러지고 이에 따라 퍼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용산어린이정원 같은 공공시설 내 건물에 석면을 남겨 놓은 채 개방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남은 건물에 대한 석면 해체 공사는 올해 7월에야 이뤄졌다.
LH 관계자는 "올해는 미개방 공간으로 폐쇄한 건물의 잔여 석면 제거공사를 완료한 것으로, 이곳은 의무 제거 대상이 아니라 관련 법령 위법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9개동 중 폐쇄하지 않고 리모델링해 개방한 2개 건물(카페 어울림·화장실)의 석면은 전문 해체 공사조차 없이 2022년 9월 진행한 리모델링 공사 중 뜯겨나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2개 건물은 석면조사 결과상 석면 자재가 붙어있다는 기록이 있는데, 해체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LH는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한 A사에 과업 지시서를 통해 석면 자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해당 부위 철거 공사 때는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한 처리를 해야 한다'고 명시했으나 공사업체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면서 과실을 업체에 돌렸다.
내벽 해체 등이 동반되는 리모델링 공사의 특성상 석면이 공기 중에 흩어질 수 있기에 리모델링 작업자들이 위험에 노출됐을 가능성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용산어린이정원 개방을 전후로 '성인과 어린이 모두 온종일 정원을 이용해도 안전하다'고 강조했으나 이 같은 안내가 무색해진 셈이다.
복기왕 의원은 "석면 건물 폐쇄 조치가 안전하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집 보일러실과 다용도실에 1급 발암물질 석면이 발견됐는데 문을 잠가두고 '우리 집은 안전하다'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지금이라도 석면 자재 처리 과정에 대해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하고 사과해야 하며, 석면 자재 해체 작업이 정확하게 처리됐는지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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