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농민들 '남미와 FTA 반대' 대규모 시위 예고
EU-남미공동시장 간 FTA 체결 가능성에 정부 압박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올해 초 유럽연합(EU)의 친환경 정책, 저가 농산물 수입 등에 반대해 대대적인 트랙터 시위를 했던 프랑스 농민들이 내달 또다시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아르노 루소 전국농민연맹 회장은 23일(현지시간) 라디오 RTL에 출연해 내달 15일부터 농민들이 시위를 시작하겠다고 경고했다.
농민들이 시위를 다시 예고한 건 EU와 메르코수르(MERCOSUR·남미공동시장)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막기 위해서다.
앞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FTA 협상과 관련, 지난달 25일 "유럽만 준비되면 11월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시기를 내달 18일 열리는 브라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로 예상했다.
루소 회장은 "지난 1년간 우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경고해 왔으며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끝까지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일부 지방에서는 이미 농민들이 항의 차원에서 도로 표지판이나 건초더미, 양털 가마니 등을 시청사 앞에 쌓아두기 시작했다.
메르코수르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볼리비아로 구성된 남미경제공동체로, EU와는 1999년 FTA 논의를 시작했다.
20년에 걸친 협상 끝에 2019년 원론적인 합의가 이뤄졌으나 EU가 환경보호 의무 등 새로운 조건 추가를 요구하면서 난관에 부딪혀 그간 진전이 없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9년 EU와 메르코수르 간 합의가 이뤄졌을 때부터 환경적인 이유를 들며 반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3월 브라질을 방문해 "20년 전의 협정을 없애고 개발, 기후, 생물 다양성의 관점에서 책임 있는 새로운 협정을 만들자"며 "거울 조항(mirror clauses)이 포함된 차세대 협정을 통해 여러분의 기업이 유럽 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U와 메르코수르의 상품에 동일한 환경기준을 적용해 무역하자는 뜻이다.
루소 회장은 마크롱 대통령의 이 제안을 두고 "현재로서는 거울 조항과 상호주의 조항을 확보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며 이들 조항 없이 협정이 체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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