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천연가스 최대 수입국으로 중국 부상…전쟁 이후 유럽 제쳐
'시베리아의 힘' 파이프라인 통해 中수출 늘려…올해 1~9월 40%↑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중국이 유럽을 제치고 러시아 천연가스의 최대 수입국으로 떠올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시작한 이래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상당폭 줄인 반면 중국은 수요 증가에 따라 수입을 늘린 영향이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국영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은 올해 1~9월 중국에 237억㎥의 천연가스를 수출했다. 작년 동기 대비 4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에 비해 유럽으로의 수출은 중국보다 적은 225억㎥에 불과했다.
가스프롬은 2019년 말 개통된 '시베리아의 힘'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국으로의 가스 공급을 점진적으로 늘려왔다. 이 파이프라인은 연간 380억㎥의 설계 용량을 갖추고 있다.
가스프롬은 지난달 중국석유총공사와 협의, 수출물량을 연내에 최대용량까지 늘리기로 합의했다. 내년 초에나 늘리기로 했던 물량을 조기에 늘리는 셈이다.
중국의 가스 수요는 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중국 가스 소비가 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 부문 외에 발전, 주거 및 상업용 수요, 운송 수요 등이 늘었기 때문이다.
가스프롬은 오는 2027년부터 이른바 극동 루트를 통해 중국에 연간 가스 수출을 100억㎥ 더 늘릴 계획이지만 여전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유럽으로 수출한 양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유럽은 2022년 러시아 파이프라인을 통해 천연가스 613억㎥를 수입했다.
유럽 국가 대부분이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중단하고 대체 수입원을 찾았지만 헝가리,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등은 여전히 러시아 가스를 많이 수입하고 있다. 블룸버그의 계산에 따르면 올해 1~9월 이 지역으로의 러시아산 가스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영토를 지나는 가스프롬 파이프라인에 대해 5년 계약을 맺고 있는데 올해 말 계약이 만료된다.
우크라이나 측은 계약연장 의사가 없어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공급은 약 절반가량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유럽 국가들은 아제르바이잔으로 우회해서 가스를 공급하는 방안을 놓고 협상을 하고 있지만 계약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아 협상 타결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sat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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