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극우, 총선 1위에도 '왕따'…"2·3위끼리 연정 협상"

입력 2024-10-23 09:08
오스트리아 극우, 총선 1위에도 '왕따'…"2·3위끼리 연정 협상"

판데어벨렌 대통령, 총선 2위 국민당에 연정 구성 지시

"아무도 극우와 연정 원치 않아"…극우당 대표 "모욕적" 반발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오스트리아의 주요 정당들이 지난 달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한 극우 자유당과 협력을 거부하면서 자유당이 정부 구성 기회를 박탈당하게 됐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차기 정부 구성을 감독하는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총선 1위 자유당이 아닌 2위를 기록한 보수 국민당의 칼 네함머 총리에게 연정 구성 임무를 맡긴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총선 1∼3위 정당 대표들과 회담을 가진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헤르베르트 키클 자유당 대표가 총리가 될 수 있는 연정 파트너를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분명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나치 계열의 극우 정당인 자유당은 지난 달 29일 치러진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29.2%를 득표해 1위에 올랐다.

네함머 총리가 이끄는 중도 보수 성향의 국민당은 26.5%로 2위에 올랐으며,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이 21%로 그 뒤를 이었다.

자유당은 2차 세계 대전 이래 처음으로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유럽 내 '극우 돌풍'을 입증했지만,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해 연정을 위한 파트너가 필요하게 됐다.

그러나 국민당을 비롯한 대부분 정당들이 자유당과 협력을 거부하거나 키클 대표를 총리로 임명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어 자유당의 정부 구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가운데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이날 네함머 총리에게 자유당을 배제하고 총선 3위를 차지한 사회민주당과 연정 협상을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유당을 배제한 결정에 대해 총선 2·3위 정당들이 모두 키클 대표와의 협력을 거부하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달 29일 치러진 총선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정당이 자동으로 정부를 구성하게 되는 경주가 아니다. 만약 한 정당이 혼자서 통치를 하고 싶다면 (득표율) 50%의 허들을 넘어야 한다. 10, 20 혹은 30%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국민당과 사회민주당이 확보한 의석수로는 과반을 1석 차로 겨우 넘기는 정도라 두 당이 안정적인 연정을 구성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양당 간의 적지 않은 이념적 차이를 극복하는 것 또한 이들이 연정 구성을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관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네함머 총리는 안정적인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제3의 파트너를 물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안정적인 의회 과반을 확보하기 위해 제3의 파트너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평상시와 같은 상황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며 개혁 의사를 밝혔다.

이는 네함머 총리가 현재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녹색당 대신 진보 성향의 네오스 당과 협력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만약 세 정당이 이번에 연정 구성에 합의하게 된다면 오스트리아에는 1955년 독립 이후 처음으로 세 개의 정당이 참여한 연정이 들어서게 된다.



한편 연정 구성에서 배제된 자유당의 키클 대표는 "모욕적인" 결정이라고 반발하며 우선 연정 협상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판데어벨렌 대통령이 총선 1위 정당에 정부 구성 임무를 맡기지 않음으로써 오스트리아 공화국의 "정상적인 절차"를 깨트렸다면서 "이는 많은 이들에게 모욕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약속하건대 마지막 말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오늘이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라면서 연정 협상 결과를 지켜보며 다른 소수 정당들과 접촉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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