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국왕 보자"…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 수천명 운집

입력 2024-10-22 18:40
수정 2024-10-22 19:33
"찰스 국왕 보자"…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 수천명 운집

원주민 권익단체는 항의도…빅토리아 동상 페인트 세례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즉위 이후 처음으로 호주를 방문한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시민들과 만났다.

22일(현지시간) 호주 AAP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호주를 방문 중인 찰스 3세는 이번 방문에서 처음으로 많은 시민과 만나는 공개 행사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모였고 찰스 3세를 직접 보기 위한 줄은 1㎞에 달했다.

일부 시민들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새벽 5시부터 나와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마리나 그레인저 씨는 AAP 통신과 인터뷰에서 과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방문했을 때도 그를 보기 위해 나와 줄을 섰었다며 "그때는 비가 왔지만, 오늘은 햇볕이 좋다. 이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가 등장하자 사람들은 왕실을 지지하는 호주 군주주의 연맹이 나눠준 작은 호주 국기를 흔들며 손뼉을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찰스 3세 부부는 자신들을 기다리던 사람들과 악수하며 인사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은 찰스 3세가 그의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보다는 인기가 없지만 여전히 왕실 가족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찰스 3세는 오페라 하우스에서 시민들과 만난 뒤 시드니항으로 나가 해군 함대를 둘러봤다.



이처럼 많은 이들의 환영을 받았지만, 호주 원주민 권익 단체 등은 찰스 3세의 방문에 항의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오전 시드니 타운홀 퀸 빅토리아 빌딩(QVB) 앞에 있는 빅토리아 여왕 동상에 붉은색 페인트가 뿌려졌다. 이 동상은 1908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제작됐으며 1980년대 시드니로 옮겨졌다.

이런 빅토리아 여왕 동상은 호주 곳곳에 있는데, 호주 원주민 권익 단체들은 이 동상이 영국의 호주 식민지를 기념하는 동상이라며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이날 오전에는 찰스 3세가 시드니에 있는 국립 원주민 지원 센터(NCIE)를 방문했을 때 메트로폴리탄 지역 원주민 토지 위원회 앨런 머레이 장로가 찰스 3세에게 "이 나라에 온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우리가 할 이야기를 어제 캔버라에서 들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주권"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찰스 3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들었다.

머레이 장로가 말한 어제 있었던 일은 전날 캔버라에 있는 호주 의회 그레이트홀에서 열린 찰스 3세 환영식 소동을 의미한다.

이 자리에서 원주민 출신 리디아 소프(빅토리아주·무소속) 상원의원은 찰스 3세를 향해 "당신이 우리 사람들에 대한 학살을 저질렀다"며 "우리 땅을 돌려달라. 우리에게서 훔쳐 간 우리의 뼈, 아기, 사람들을 내놔라. 우리는 조약을 원한다"고 소리쳤다.

이에 경비원들은 찰스 3세에게 다가가려는 그를 제지한 뒤 행사장에서 퇴장시키기도 했다.

이 외에도 호주 경찰은 이날 오전 원주민 활동가 웨인 와튼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인근에서 체포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 남성이 학대적이고 위협적인 방식으로 행동했으며 이전에 두 차례에 걸친 이동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며 경찰 지시를 따르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고 설명했다.

찰스 3세는 오는 23일 오전 호주를 떠나 영연방 정상회의(CHOGM) 참석을 위해 사모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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