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상원의원 "北 관여는 우크라전에 새국면…위험한 시기"
영국 의회 '北관련 초당파 의원모임' 의원들 우려 표명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상·하원 의원들이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파병했다는 한국 정부 발표 및 언론 보도와 관련해 우려를 표시했다.
영국 의회 내 북한 관련 초당파 모임(APPG NK)의 공동 의장 데이비드 올턴 상원의원은 21일(현지시간) 상원에서 열린 '세계기독연대(CSW) 북한 인권 보고서' 발표 및 토론에서 북한 파병설을 언급하며 "북한의 관여는 우크라이나 전황에서 새로운 벤치마크가 된다"고 지적했다.
올턴 의원은 조지 로버트슨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지난 7월 영국 노동당 정부의 국방 전략 검토위원장을 맡으면서 중국과 이란, 북한, 러시아의 협력을 가리켜 '치명적 4개국'(deadly quartet)으로 지목했던 것을 언급했다.
올턴 의원은 "이들 4개국 사이에 형성된 협력관계엔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네빌 체임벌린의 '머나먼 나라' 같은 외교적 접근방식은 재고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우리에게 대단히 위험한 시기"라고 꼬집었다.
체임벌린 전 영국 총리가 1938년 나치 독일의 체코슬로바키아 점령을 두고 "머나먼 나라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벌이는 다툼"이라고 한 말을 들어, 북러 등의 협력이 영국과 거리가 먼 일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APPG NK 공동 의장이자 토니 블레어 정부 때 제1야당 보수당 대표를 지낸 이언 던컨 스미스 하원의원은 "북한인들이 우크라이나로 갈 것이라는 말이 들린다"며 "혹시 러시아가 쿠바를 대리인으로 온갖 전쟁에 세운 것이 떠오르지 않나"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쿠바는 원유나 지원을 받았고, 북한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며 "영국 정부가 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PPG NK 공동 부의장을 맡은 윈체스터 주교 필립 마운스티븐 상원의원은 종교와 신념의 자유 침해라는 인권 문제를 지정학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북러 밀착을 짚었다.
윈체스터 주교는 "종교 및 신념의 자유에 대한 반복적인 침해는 탄광의 카나리아처럼 권위주의적이고 억압적인 정권에서 감지된다"며 "북한과 러시아, 중국, 이란이 종교 및 신념의 자유를 크게 위반하는 것은 놀랍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공동의 목적을 만들고 있다면 놀랍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APPG NK는 북한 인권과 민주주의 촉진을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북한과 북한 주민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출범한 영국 의회 내 의원들의 모임으로 2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7월 총선이 치러진 이후 새로운 멤버들로 재정비돼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 자리는 CSW가 지난달 발간한 '북한 인권 보고서'의 중요성을 조명하고 토론하는 자리다.
이 보고서는 북한의 인권 상황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가 발표된 1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국가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북한에 탈북자에 대한 조국 반역죄를 적용하는 것이나 중국 등에 탈북자 송환을 요청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으며, 미국과 유럽연합(EU), 유엔의 종교 관련 특사나 특별보고관의 방해 없는 방북을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유엔 총회와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매년 핵 비확산과 별개 사안으로 북한 인권 상황을 논의하고 인권에 대한 북한의 책임 규명을 위해 국제형사재판소(ICC)나 국제사법재판소(ICJ) 절차를 포함해 모든 사법적 수단을 강구하라고 유엔에 촉구했다.
cheror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