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우크라전 논의에 우리도 끼워달라"(종합)
"독일 헬멧 보낼 때 우리는 탱크 보냈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폴란드가 미국과 유럽 일부 강대국 중심으로 이뤄지는 서방의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논의에 자국도 참여시켜 달라고 21일(현지시간) 요구했다.
폴란드 PAP통신에 따르면 브와디스와프 바르토셰프스키 폴란드 외무차관은 미국과 영국·프랑스·독일 등 4개국 정상의 지난 18일 독일 베를린 회동을 언급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전쟁 초기)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헬멧을 보내기로 했을 때 우리는 전차 320대를 보냈다"며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재건의 핵심이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자국이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른바 '승리계획'을 지난 16일 자국 의회에서 공개하기 전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 정상에게만 공유한 사실도 지적했다.
서방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초청과 장거리 무기 사용제한 해제를 핵심으로 하는 우크라이나의 승리계획에 대해 대체로 시큰둥한 반응이다. 미국과 독일은 러시아와 긴장 고조를 이유로 종전 이전에 우크라이나를 나토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등 나토 동부전선에 해당하는 옛 공산권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지난 18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관련해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연대하고 있다"면서 승리계획에 대한 유럽연합(EU) 지도자들 사이의 합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라우리나스 카스추나스 리투아니아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초청이 "서방에서 우크라이나의 입지를 되돌릴 수 없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가입 초청'은 신규 회원국 가입에 필요한 첫 번째 절차로 32개 회원국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
폴란드 언론은 자국이 EU에서 다섯 번째로 큰 나라라며 최근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파사건 수사 등으로 소원해진 독일 정부가 폴란드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폴란드 매체 폴스키에라디오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원래 영국 총리만 초청할 계획이었으나 프랑스 대통령이 막판에 스스로를 초청했다"며 "독일 주재 폴란드 대사가 전화를 걸었으나 이미 늦었다. 독일과 미국의 아마추어 같은 외교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4개국 정상이 모인 광경은 냉전 이후 미국이 영국·프랑스·독일과 함께 세계를 통치하던 시절로 시간을 거스른다며 "최근 수십년간 유럽에서 독일이 지금처럼 약했던 적은 없었다. 독일에 대한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비난했다.
독일 킬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크라이나 지원 비율은 폴란드가 0.715%로, 독일(0.381%)·미국(0.391%)·영국(0.470%)보다 컸다. 독일 ARD방송은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서방 지원물자의 90%가 폴란드 땅을 지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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