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와르, 어쩌다 지상에 나왔나…"이스라엘 땅굴 파괴 작전탓"
"땅굴 연결지점 등 집요하게 노려…은신처 옮기려면 어쩔 수 없었을 것"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땅굴에 숨어 있던 신와르는 왜 지상으로 나왔을까."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수장 야히야 신와르의 사망과 관련해 제기된 의문점이다.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전쟁의 불길을 지피면서 이스라엘의 '제거 1순위'로 올라선 신와르는 지난주 가자지구 남부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사살됐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신와르가 발견된 장소는 이스라엘 측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이었다고 한다.
이스라엘군은 분대장 승급을 위해 훈련을 받던 병사들이 지난 16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 시내에서 신와르를 비롯한 하마스 조직원들과 우연히 마주쳤고, 총격전이 끝난 뒤에야 사살한 인물 중 한 명이 신와르란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그때까지 신와르는 가자지구 지하에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땅굴 깊숙한 곳에 머무는 '유령' 같은 존재로만 여겨졌는데, 엉뚱한 장소에서 허무하게 죽음을 맞은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아랍 당국자들은 신와르가 지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우연이 아니라면서, 이스라엘군의 집요한 땅굴 파괴 작전으로 안전하게 머물 곳이 마땅치 않아진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작년 하마스와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군은 여러 땅굴이 서로 이어지거나 교차하는 주요 지점들을 중심으로 땅굴을 무너뜨리는 작전을 지속해 왔다.
이로 인해 신와르는 이스라엘군의 추적을 피해 다른 은신처로 몸을 옮기는 과정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일이 잦아졌고, 결국 이동 중 이스라엘군 병사들을 만나는 '불운'에 맞닥뜨렸을 것이란 이야기다.
전쟁 발발 전 신와르 암살을 고려하다가 내부 이견으로 작전을 중단하기도 했던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약 1천200명의 민간인과 군인, 외국인이 살해되는 참사가 벌어지자 그를 최우선 제거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가자지구와 하마스 내부 정보를 얻는 건 쉽지 않았고, 결국 신와르가 가자지구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와르는 전쟁 직후 인질 협상 중재국들에 "나는 포위된 게 아니다. 나는 팔레스타인 땅에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그 뒤 몇 달 동안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땅굴 파괴에 주력했다.
그 과정에서 지난 2월에는 하마스 지도부가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터널을 급습했고, 3월에도 신와르와 관련된 터널을 발견했다.
9월 초에 기습한 터널에서는 신와르의 DNA가 확인되기도 했으나 신와르를 잡는 데에는 번번이 실패했었다.
한편, 중동 현지에선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신와르의 마지막 모습이 반미·반이스라엘 세력의 투쟁의지를 북돋는 촉매로 작용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땅굴에 숨거나 도망치다 죽은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군과 끝까지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는 이유로 신와르를 영웅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서다.
이에 이스라엘은 신와르가 피신하는 모습이 찍힌 땅굴 내부 영상이나, 그의 부인이 고가의 명품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든 모습 등을 공개하며 여론 반전을 꾀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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