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부품 불량 판별부터 조립까지 자동화…현대차그룹 SDF 청사진(종합)
'이포레스트 테크데이'서 스마트공장 신기술 선봬…"제조지능이 기업 미래 결정"
"생산비용 3분의 1 이상 절감…울산 전기차 신공장에 신기술 최대한 적용"
(의왕=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부품의 조립 방향을 확인하는 모습입니다. 상하반전이 필요하면 이를 스스로 회전시키며 방향을 맞추기도 합니다."
21일 현대차그룹 의왕연구소에서 열린 신기술 전시회 '이포레스트 테크 데이'(E-FOREST TECH DAY) 현장.
집게처럼 생긴 그리퍼가 호스를 집어 올리더니 이리저리 방향을 조정한 뒤 자그마한 구멍에 호스를 끼워넣기 시작했다.
호스류, 와이어류 등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비정형 부품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조립·체결 등 작업 명령을 내리는 비정형 부품 조립 자동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비정형 부품이 많은 엔진 조립 공정에 도입될 예정이다. 내년 6월 오토랜드 화성 엔진공장에 적용된다. 실제로 엔진의 구성품 중 29%는 비정형 부품이 차지한다고 한다.
기술을 시연한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엔진 호스 내부에 유체가 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클립 조립은 작업자가 반복적으로 힘을 가해야 해 자동화 니즈(요구)가 매우 높았다"고 설명했다.
그간 차량의 타이어, 도어 등 큰 부품을 중심으로 자동화 시스템이 개발된 데 이어 지금은 소형·비정형 부품 조립의 자동화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라고 부연했다.
비정형 부품 조립 자동화 기술은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 청사진을 구성하는 핵심 기술 중 하나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행사를 통해 SDF를 비롯해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로보틱스, 스타트업 등 4개의 테마를 중심으로 신제조 기술 200여건을 전시한다.
알루미늄 외판 요철을 정리하는 작업에 대한 자동화 설루션은 현재 미국 도어 라인 공정에 적용되고 있다.
3차원(3D) 비전 카메라와 토크 센서를 연계해 패널의 결함을 인식해 자동으로 사상(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어떤 표면에도 단단히 밀착해 패널 곡면에 대한 사상 작업도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자동차 패널의 불량 여부를 판별하는 영상분석 기반 설루션은 현재 개발 중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작업자를 감지하고, 카메라가 도어 패널에 발생한 크랙(금)이나 구멍을 발견해 불량품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한다.
물류 분야에도 SDF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 항공화물 부피 측정기를 연동한 물류 자동화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비행기에 화물을 옮기기 전 화물을 측량하고 이를 패킹하는 작업을 자동화한 것으로, 작업자가 직접 화물을 수동 계측·포장할 경우 나타나는 비효율성 및 오류를 개선할 수 있다.
포장 후에는 적재 알고리즘을 통해 인화·폭발성 물질을 분리하는 등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화물을 적재하도록 돕는다. 현재 이 기술은 대한항공 물류터미널에 적용되고 있다.
화물을 운송하는 데는 '물류로봇 주행 제어 내재화 기술'이 적용된다. 기존 자율주행 운송 로봇(AMR)은 바닥에 적힌 QR코드를 인식해 직진 이동만 가능했다면, 이 기술은 AMR이 라이다 센서를 기반으로 전 방향·곡선 주행이 가능하며 주변 장애물을 인식해 주행로를 결정한다.
그룹은 높은 조립 정밀도를 요구하는 도심항공교통(UAM) 기체 체결 작업에도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슈퍼널, 현대위아와 함께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 기술은 UAM 동체와 날개를 0.001㎛(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자동 정렬해 10개의 체결부에 대한 정밀한 조립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기체와 날개를 정렬한 후에는 작업자가 투입돼 마무리 작업만 수행한다. 이 기술을 통해 통상 3∼5일 소요되는 과정을 단 몇 시간 만에 끝낼 수 있다.
고가의 UAM 기체 부품을 다루는 만큼 비상 정지 기능을 탑재해 부품이 파손되지 않도록 방지한다.
이재민 현대차그룹 제조솔루션본부 이포레스트센터 상무는 "SDF 전환 이후 생산 비용이 3분의 1 이상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 개발 중인 기술은 울산 전기차 신공장에 최대한 적용하려 하고 있으며, 다른 신공장에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울산 전기차 신공장은 내년 하반기 완공돼 오는 2026년 상반기부터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상무는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연결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제조 지능이 결정되고, 이 제조 지능이 기업의 미래와 성장 결정짓는다"며 "제조 환경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제조 혁신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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