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트럼프, 미시간 동시 출격…車노조·무슬림 표심 구애전(종합)
해리스, 노조회관 찾아 "트럼프, 노동 가치 무의미하다 생각"
트럼프, 디트로이트서 "해리스 되면 경제적 아마겟돈 될 것"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강병철 특파원 = 미국 대선이 2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나란히 경합 주인 미시간으로 향했다.
'러스트벨트'(오대호 인근 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한 미시간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요람이라 불리면서 제조업 노동자가 다수인 동시에 무슬림 유권자도 많은 지역으로, 두 후보 모두 이날 유세를 통해 대선 막판 이들의 표심잡기 대결에 나선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 지역의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유권자에게 우선적인 초점을 맞췄다.
그랜드래피즈에서 야외 유세를 한 데 이어 두 번째 유세 장소인 랜싱에서는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노조 회관을 찾아 연설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 미시간에서만 수만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6곳의 자동차 공장이 폐쇄됐다며 "자동차 산업에 대한 그(트럼프)의 실적은 재앙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 JD 밴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이 바이든 행정부가 랜싱의 내연기관 자동차 공장을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지급한 5억 달러(약 6천800억 원)의 보조금을 "먹다 남은 찌꺼기"(table scraps)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랜싱의 그랜드 리버 자동차 조립공장을 위협할 것이라고 제안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그는 노동자의 친구가 아니다. 그는 당신들의 노동 가치를 본질적으로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는 억만장자 친구들과 함께 파업 노동자를 대량 해고하고 노동 기준을 낮추고, 법을 위반하는 기업이 연방정부와 계약을 더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자랑하고 농담했다"고 비난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취재진으로부터 최근 중동 분쟁 상황과 관련, 이스라엘 지원을 지속하는 현 정부에 등을 돌리는 친팔레스타인 성향 아랍계 유권자를 향한 메시지가 있는지 취재진이 묻자 "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메시지는 변함이 없다"며 "하마스 수장 야히야 신와르를 사살한 것은 전쟁을 끝내고 인질을 집으로 데려올 기회를 만들어준다고 본다"고 답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어진 유세에서도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고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와 고통을 완전히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저녁 미시간주 최대 도시이자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디트로이트에서 유세했다.
그는 "올 한해에만 미국에서는 5만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없어졌다. 미국의 자동차 판매는 내가 퇴임하고 나서 38%나 감소했다"면서 "해리스 (정부) 아래에서 디트로이트는 외국 군대에 의한 것처럼 초토화됐고 공장은 폐허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리스 부통령의 부자 증세 공약 등을 거론하며 "그 제안으로 거의 100만개의 정규직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디트로이트는 경제적으로 아마겟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자신의 관세 부과 공약에 일부 회사가 멕시코에 자동차 공장 짓는 것을 포기했다고 주장하면서 "그들은 (멕시코에) 공장을 짓지 않을 것이고 디트로이트는 살아날 것"이라면서 "여러분은 나에게 빚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다음 주쯤에 멕시코에 중국의 지원을 받아 공장을 짓는 부유한 회사에 전화해서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고 말할 것"이라면서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회사는 관세를 내게 될 것이며 우리는 (이를 통해) 수천억 달러의 예산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부는 내가 미국 일자리를 지키기 때문에 나를 보호주의자라고 한다. 그렇다. 나는 우리 것을, 노동자를, 일자리 등을 지킬 것"이라면서 이를 '보호주의가 아닌 친(親)노동자 정책'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도 유세 중 해리스 부통령의 감세 반대 입장 및 조 바이든 대통령과 다른 점을 생각할 수 없다는 아침 방송 발언 등을 비롯해 모두 4개의 동영상을 유세장에 틀면서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했다.
앞서 그는 유세에 앞서 인근 소도시 햄트램크의 캠프 선거사무소에 예고 없이 방문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햄트램크는 미국 내에서 무슬림이 인구 구성에서 다수를 차지한 유일한 도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문에는 민주당 소속이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아랍계 아메르 갈리브 시장이 함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갈리브 시장으로부터 감사장을 선물 받고서 "영광이다. 나는 아랍계 미국인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며 "아랍계 미국인은 해리스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뭘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디트로이트 유세는 시작 직후에 마이크 고장으로 17분가량 중단됐다.
그는 마이크가 다시 작동하자 "나는 이 멍청한 회사에 돈을 내지 않을 것"이라면서 "마이크가 또 나가면 고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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