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주사로 효과 지속'…릴리도 주목한 장기 지속형 기술
펩트론·인벤티지랩, 글로벌 제약사와 맞손…조현병·탈모 치료도 적용
(서울=연합뉴스) 김현수 기자 = 약물을 천천히 방출해 말 그대로 '여러 번 맞을 주사를 한 번만 맞을 수 있는' 기술이 국내외 제약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 기업 펩트론[087010]은 미국의 대형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장기 지속형 주사제 플랫폼 기술 평가를 위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티드·미국명 젭바운드) 개발사인 일라이 릴리는 지난해 세계 제약사 가운데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한 이른바 '빅파마'(글로벌 대형 제약사)다.
계약에 따라 두 기업은 펩트론의 '스마트 데포'(SmartDepot) 기술을 릴리가 보유한 펩타이드 다수 약물에 적용하는 공동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창고·저장소를 뜻하는 '데포'(depot)는 제약 용어로는 조직에 서서히 방출되는 '약물 저장소'라는 의미로 활용된다. 약물 방출을 조절하는 '서방형' 기술의 일종이기도 하다.
펩트론에 따르면 '스마트 데포'는 약효가 지속되는 미립구(마이크로스피어) 제형 제조 기술로, 생분해성 고분자를 사용해 약물 방출 속도를 조절하는 게 특징이다.
약물 전달 시스템 플랫폼 기업 인벤티지랩[389470]도 독일의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장기 지속형 주사제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달 밝혔다.
인벤티지랩은 'IVL-드러그플루이딕'(IVL-DrugFluidic) 플랫폼을 활용해 베링거인겔하임의 신약 후보물질에 기반한 장기 지속형 주사제 후보 제형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같은 장기 지속형 기술은 비만치료제 개발 분야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비만치료제가 1주에 한 번 투여해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투약 주기를 늘리는 것만으로 제품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비만치료제 특허 만료가 다가오면서 유사한 제형의 복제약이 속속 출현할 수 있다는 점도 제약사들이 기존 제형과 차별화를 둔 제품 개발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삭센다'의 주성분 리라글루티드는 다음 달 특허가 종료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 회사의 다른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티드'도 2026년부터 국가별 특허가 만료된다.
먹는 약 등 기존 제형의 치료제 대비 장기 지속형 주사제는 상대적으로 개발이 어려워 복제약 등장을 늦출 수 있는 점도 개발 동기 중 하나다.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재발 위험이 증가하는 조현병 환자의 약물 순응도를 높이는 데도 장기 지속형 주사제가 효과적인 제형으로 꼽힌다.
한 번 주사로 최대 6개월 효능을 지속하는 한국얀센의 '인베가하피에라'가 국내 급여 적용을 받은 대표적인 조현병 치료제다.
탈모 치료 분야에서도 종근당·대웅제약 등이 장기 지속형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다만, 장기 지속형 주사제 역시 주사 부위에 통증, 과민 반응이 생길 수 있으며, 투약 직후 약물이 너무 많이 방출되는 '초기 과다 방출' 문제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모든 약은 항상 부작용이 있다"며 "장기 지속형 주사제도 임상을 통해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hyuns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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