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위기론, 1등의 R&D 비용·2등의 도약 문제 동시 온 것"

입력 2024-10-18 15:57
"반도체 위기론, 1등의 R&D 비용·2등의 도약 문제 동시 온 것"

김지현 교수 인터뷰…"현 평가제, '현업 요구' 반도체 R&D 어려워"



(부산=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김지현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18일 삼성전자[005930]의 최근 위기론에 대해 "1등 기업이 겪는 연구개발(R&D) 비용 문제와 2등 기업이 겪는 도약에서의 부침 문제를 동시에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국화학공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갖고 "1등을 10년 이상 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고 여태 문제가 없었던 게 이상한 것"이라며 여러 타이밍이 동시에 겹친 문제로 보고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반도체 공정 분야 전문가인 그는 "1등 기업은 다음 단계를 누구도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A부터 Z까지 다 해봐야 하다 보니 소모가 심하다"며 "2등 기업은 1등이 하지 않는 기술을 찾아 도약해야 하는데 목표를 굉장히 급하고 높게 잡으면서도 너무 빠른 시간에 해결할 것을 요구하다 보니 발생한 문제"라고 했다.

그는 최근 삼성전자 내 실무자 및 임원들과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눴다며 "충분한 시간이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기다려주지 않으니 내부적으로는 너무 빠듯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지금 한번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 20년 뒤로 보면 손해는 아닐 것"이라며 "안 겪는 것이 물론 좋지만 5년 뒤에 문제를 겪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그는 학계에서도 정부의 평가 제도 등이 반도체 연구에 매진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며 국내 산업을 뒷받침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반도체 전공 교수는 최고 수준 논문 쓰는 일을 하기 어렵고, 실용적이고 현업에서 양산할 수 있는 연구를 해야 하는 만큼 논문과 거리가 있다"며 "정부에서 과제를 만들어도 기업에서 얼마나 원하느냐를 평가할 수 없어 수치상으로 우세한 이들을 우선하다 보니 현업 연구와 연결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논문을 가져다 상용화해도 논문의 피인용 횟수가 '0'이라며 정부가 평가 방식을 만들기 쉽지 않겠지만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도체 계약학과에 대해서 김 교수는 "취직이 안 되는 대학은 이를 선호할 수 있지만 상위권 대학에서는 학생도 교원도 선호하지 않는다"며 주요 대학에 몰리는 지금의 행태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기업 임원들도 반도체 학과보다는 물리나 화학, 수학을 전공해 새로운 아이디어로 돌파구를 찾을 이들을 선호한다"며 "학생들도 삼성전자나 하이닉스에 석사장학생으로 들어오라고 하면 미래가 정해진다며 싫어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의 반도체 R&D 지원에 대해 "기업은 3년 내 만들 수 있는 걸 개발해도 10년 뒤 할 일을 연구하는 건 어렵다"며 "기업에서 5~10년 후 사업화할 거라고 여기는 2차원 반도체 같은 새로운 연구들에서 대학 기술이 기업과 접점을 가지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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