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 후 최고 관세율"…트럼프2기, 세계무역 근본적 재편하나

입력 2024-10-17 17:23
"대공황 후 최고 관세율"…트럼프2기, 세계무역 근본적 재편하나

미 가계 연 1천40만원 부담, 증시 변동성 확대, 보복 등 국제 갈등 고조

"스태그플레이션 될 수 있어"…"각국 대응 준비 중, 보복 더 강해질 수도"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트럼프 2기'에는 미국 관세율이 대공황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며 세계 무역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세 공약을 이행하면 세계 무역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WSJ 그레그 입 칼럼니스트는 트럼프 2기에는 관세가 협상 도구를 넘어 정책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일부에서 1930년대 이래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 시카고 연설에서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표현했다.

다만 그레그 입 칼럼니스트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아직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고 지적했다. 투자은행 에버코어 ISI에 따르면 모든 수입품에 보편 관세 10%, 중국산에 60%를 부과하면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2016년 1.5%, 2023년 2.3%에서 17%로 뛴다.

이는 약 10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현재 주요국 중 최저 수준에서 최고로 올라서게 된다.

다트머스대 더그 어윈 교수는 다른 나라가 보복에 나서면 세계 무역 장벽은 현대에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미국 경제를 19세기 후반처럼 고립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 그레그 입 칼럼니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때는 중도파 영향을 받아서 관세를 이용해 협상을 했다고 전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으로 바뀌었고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에 동의했고 일본은 미국 농산물에 대한 벽을 낮췄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첫 임기 무역 전략을 세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관세의 목표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없애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고관세가 영원히 지속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그레그 입 칼럼니스트는 설명했다.

공화당도 트럼프 첫 임기 때는 보호무역주의에 반발했지만 이제는 전면 관세를 지지한다고 그는 말했다.

전문가들은 관세 정책 효과에 회의적이다.

어윈 교수는 "세계 경제는 서로 너무 얽혀서 이것을 떼어내려고 하면 예측하기 어려운 엄청난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국내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와 기업 피해, 무역 갈등에 따른 어려움, 증시 불안정이 예상된다.

이들은 트럼프가 2018년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가격이 2.4%와 1.6% 상승하자 국내 생산자들의 매출이 연 28억달러 증가했지만, 이를 사용하는 국내 기업들의 생산량은 연 34억달러 감소한 사례를 들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보편적 관세 10%, 대중 관세 60%인 경우 소비자물가가 0.9% 올라가고 국내총생산(GDP)이 1.4%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제 경제 부문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아담 포센 소장은 투자가 감소하고 수출 시장 점유율은 하락하며 GDP에서 무역 비중은 작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WP는 구체적으로 미국인들이 과일, 채소, 커피와 같은 수입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수입에 의존하는 미국 기업들은 새로운 공급망을 찾거나 가격을 올려서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의 제조업 기업들은 보복 관세로 인해 해외 주문이 급감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초당파 비영리 기구인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20% 보편적 관세는 10년간 4조달러 세금 인상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예일 예산 연구소는 일반 가구 부담이 연간 최대 7천600달러(약 1천40만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좌파 성향 싱크탱크인 조세경제정책연구소(ITEP)는 소득 최하위층은 소득의 6%를, 초부유층은 1.4%를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연준과 컬럼비아대의 올해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첫 임기에 미국이나 중국이 새로운 관세를 발표한 11일 중 9일간 주가가 내렸다.

UBS는 10% 보편 관세가 주식시장을 10% 쪼그라들게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중국과 유럽이 보복 조치로 미 국채 매수를 줄이면 국채 수익률이 올라가고 미 소비자들은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타격을 입게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수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달러화 약세를 추구하겠다고 하지만 관세 정책은 오히려 강달러를 만든다.

배넉번 글로벌 포렉스의 임원인 마크 챈들러는 "물가가 오르고 성장세는 약한 스태그플레이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측은 다른 국가들이 미국 시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보복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미 첫 임기 때 중국, EU, 캐나다, 멕시코가 보복했다고 그레그 입 칼럼니스트는 전했다.

WP는 최근 몇주간 남미, 유럽, 아시아, 심지어 캐나다의 외교관들과 기업인들이 트럼프의 의도와 권한에 관해 파악하며 대비에 나섰다고 말했다.

익명의 한 관계자는 이미 각국이 모두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엔 더 강하게 보복을 할 수도 있다고 WP가 전했다.

그레그 입 칼럼니스트는 이에 관해 트럼프 측근들은 미국이 동맹국에는 관세를 덜 부과해서 시장 민주주의 국가 간 무역 체계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다른 한편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호전적 행동으로 세계가 더 위험해졌기 때문에 일본, 독일, 한국 등은 미국의 안보 우산이 더 절실해졌고, 그에 따라 트럼프의 도발에 대항할 의지가 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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