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강조서 '위협' 부각으로…해리스, 對트럼프 메시지 변화
박빙 대결에 네거티브 강화…트럼프 발언 영상 틀며 "제정신 아냐" 비판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 대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초박빙 대결이 계속되자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자신의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7월 등판 이후 계속됐던 상승 모멘텀이 소실되면서 오차범위 내 대결이 고착되는 듯한 양상을 보이자 낙태, 총기 문제 등에 대한 자유를 강조하던 데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초래할 민주주의 측면에서의 위협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메시지를 바꾸는 모습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14일 펜실베이니아 이리카운티에서 유세의 절반은 자신의 경제 공약인 '기회 경제'를 설명하는데 할애했으며 나머지 절반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격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그는 특히 유세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영상을 틀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른바 '내부의 적' 발언에 대해 "엄청난 위험(huge risk)", "위험하다(dangerous)", "점점 더 불안하다", "제정신이 아니다(unhinged)"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이 가운데 'unhinged' 등의 표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른바 '미치광이 좌파'를 비판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지 능력을 겨냥해 고령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14일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과 달리 건강 관련 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TV 토론도 불응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여러분은 그의 스태프들이 왜 그렇게 하고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면서 "아마도 그들이 그가 (대통령직에) 부적합하고 불안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필라델피아 교외에서 14일 개최한 타운홀 행사에서 30분간 노래만 듣는 상황이 벌어지자 소셜미디어(SNS)에 "그가 괜찮길 바란다"는 글을 올리면서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시한 비전에 대해 사실상 파시즘이라고 비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전이) 파시즘에 관한 것이라고 그냥 말할 수는 없나"라고 묻자 "그렇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7월 중순에 대선 후보로 등판하면서 '자유(freedom)'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여성의 선택 문제나 총기 폭력 등에 대한 자유와 -함께 기회의 경제를 통해 미국 중산층을 강화하겠다는 점을 주로 부각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이런 메시지 기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전략과 달라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럼에도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강화한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판적인 공화당원 및 남성 유권자, 부동층을 공략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고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분석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그동안 스스로를 '언더독(underdog·약자)'로 규정했는데 최근에는 실제 전방위로 언론 인터뷰를 소화하는 등 대선 대결에서 뒤지는 것처럼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의 전략에는 리스크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는 사실상 굳어져 있는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해리스 부통령이 네거티브 공세에 집중할 경우 오히려 해리스 부통령의 이미지만 악화시킬 수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민주당 전략가인 조시 슈베린은 WSJ에 "선거가 3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번 선거에 걸린 것이 많다는 것을 환기하고 위협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유권자들이 투표하도록 긴박감을 주는 것은 (선거전략) 패키지의 한 부분"이라면서 비전 제시와 함께 위협 부각도 같이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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