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만' 생숙, 오피스텔 전환 문턱 낮춘다…이행강제금 추가유예(종합)
숙박업 신고·용도변경 땐 2027년 말까지 이행강제금 부과 유예
복도폭·주차장 기준 낮춰 용도변경 지원…숙박업 신고기준도 완화
정부 '생활형숙박시설 합법사용 지원방안' 발표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정부가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생활형 숙박시설(생숙)의 오피스텔 용도 변경과 숙박업 신고를 위한 요건을 완화한다.
올해 말부터 이행강제금 부과가 예고됐지만 여전히 주거용으로 불법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생숙이 11만실에 이르자 규제를 풀어 합법화를 유도하고, 이행강제금 부과도 2027년 말까지 조건부 유예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국 5만2천실의 숙박업 미신고 생숙 소유자들은 당장 내년부터 매년 공시가격의 10%씩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게 됐다.
◇ 전국 생숙 18만실…5만2천실은 숙박업 미신고
국토교통부는 16일 보건복지부, 소방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생활형숙박시설 합법 사용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생숙은 호텔식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취사가 가능한 숙박시설로 흔히 '레지던스'로 불린다. 외국인 관광객 장기체류 수요에 대응해 2012년 도입됐다.
생숙이 문제가 된 것은 집값이 급등한 2020년을 전후로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자 '아파트→오피스텔→생숙'으로 투자 수요가 이동하며 규제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다.
생숙은 청약통장 없이도 분양받을 수 있고,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양도소득세 중과나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 빠졌기에 '대체제'로 주목받았다.
현재 전국 생숙은 18만8천실이며, 사용 중인 곳이 12만8천실,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6만실이다.
투기 수요가 몰리자 정부는 2021년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숙을 오피스텔로 전환하거나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로 했고, 소유자 반발이 이어지자 올해 말까지 부과를 유예한 상태다.
현재 숙박업 신고를 한 6만5천964실과 용도 변경한 9천979실 등 전체 생숙의 40.5%(7만5천943실)는 합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숙박업 신고나 용도 변경이 되지 않은 생숙 5만1천649실과 공사 중인 6만29실 등 11만2천실이 주거 용도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 숙박업 신고기준 낮추고 용도변경도 쉽게
정부는 우선 숙박업 신고 기준을 낮춰 기존 생숙의 합법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지금은 30실 이상을 소유하거나, 독립된 층이거나, 건물 연면적의 3분의 1 이상을 소유할 때 숙박업 신고를 할 수 있어 개별 소유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숙박업 신고 요건은 시·도 조례로 완화가 가능하기에 지자체가 여건에 맞춰 30실이 아닌 20실, 10실 등으로 허들을 낮출 수 있다. 영세 생숙 소유자의 퇴로를 열어두는 조치로 볼 수 있다.
오피스텔 용도 변경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힌 복도 폭과 주차장 규제는 완화한다.
그간 생숙 소유자들은 건물을 헐고 다시 짓지 않는 한 주차시설부터 소방시설, 복도 폭, 바닥 두께까지 오피스텔 기준에 맞추는 게 쉽지 않아 용도 변경은 사실상 어렵다고 반발해왔다.
오피스텔 주차 기준은 가구당 1대, 생숙은 시설 면적 200㎡당 1대다. 복도 폭도 오피스텔은 1.8m 이상, 생숙은 1.5m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날(10월 16일) 이전에 최초 건축허가를 신청한 생숙은 복도 폭이 1.5m라 해도 피난시설·방화설비를 보강해 주거시설 수준의 화재 안전성능을 인정받았다면 오피스텔 용도 변경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건축법 개정이 필요하다.
주차장의 경우 인근 부지확보가 가능하다면 직선거리 300m 또는 도보거리 600m 이내에 외부 주차장(기계식주차장 포함)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
전남 여수의 한 생숙 소유자들은 가구당 비용을 3천만원씩 분담해 외부 주차공간을 설치한 뒤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을 마쳤다.
인근 부지 확보가 어려운 생숙은 지자체에 주차장 설치에 상응하는 비용을 납부하고 추가 설치를 면제받을 수 있다. 지자체는 이 돈으로 공영주차장을 확충한다.
지역 여건상 추가 주차장이 필요 없다면 지자체가 조례 개정을 통해 주차 기준을 완화할 수 있다. 제주시는 주차장 기준을 낮춰 생숙 용도 변경을 허용했다.
◇ 신규 생숙은 개별호 분양 차단
생숙이 지어진 곳 중에는 주거시설 입지가 불가능한 지역이 있는데, 이때는 지자체에서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줘야 오피스텔 전환이 가능하다. 지자체는 기부채납을 전제로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 강서구 생숙인 마곡 르웨스트는 가구당 2천300만원을 부담해 총 200억원 규모 기부채납을 했고,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됐다.
이와 함께 정부는 오피스텔 전용 출입구 설치를 면제하고, 전용면적 산정 때는 오피스텔처럼 실내 벽체의 안쪽을 기준으로 하는 '안목치수'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장우철 국토부 건축정책관은 "획일적 규제에서 보다 유연하고 탄력적인 규제로 방식을 전환해 생숙 소유자들이 감내할 수 있는 비용으로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며 "합법 사용의 길이 열리며 사업자와 소유자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규 생숙은 개별 분양을 원천 차단해 주거 용도로 사용되는 일을 막기로 했다.
국토부는 건축법 개정을 추진해 숙박업 신고 기준 이상일 때만 생숙 분양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개인이 1∼2개 호실을 사들여 숙박업으로 활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개정법 시행일 이후 최초 건축허가 신청분부터 개별 호실 분양을 제한한다.
관련법과 조례 개정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정부는 내년 9월까지 생숙 이행강제금 부과를 추가 유예한다.
이때까지 숙박업 신고 예비 신청 또는 용도 변경 신청을 해 합법화에 의지를 보인 소유자에게는 2027년 말까지 이행강제금 부과 절차 개시를 유예하기로 했다.
각 지자체는 다음 달 말까지 숙박업 미신고 생숙 물량에 따라 생숙지원센터를 설치하거나 전담 인력을 지정해 합법 사용을 유도해야 한다.
숙박업 미신고 생숙은 경기(2만4천500실)에 가장 많고 인천(8천200실), 부산(4천200실), 제주(3천300실), 속초(1천600실) 순이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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