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불탔다"…이스라엘, 가자·레바논 민간인 살상 논란
유엔 "가자에 안전한 곳 없다"…백악관 "매우 충격적" 우려
레바논도 사상자 속출…유엔인권사무소, 전쟁범죄 조사 촉구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세를 재개하고 레바논 침공을 확대하면서 민간인 피해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인간방패 전술을 쓰고 있다고 항변하지만 국제사회는 잔혹행위를 멈추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BBC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전날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알 아크사 순교자 병원 부지를 공습하면서 피란민 텐트촌에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뒤 텐트에 거주하던 피란민 히바 라디는 주변의 폭발음에 깼다며 지금까지 목격하고 겪은 것 중 "최악의 장면 중 하나를 봤다"고 말했다.
BBC가 확보한 영상에는 몸에 불이 붙은 사람의 모습이 포착됐다. 다른 영상에는 폭발로 불덩어리가 하늘로 솟구치는 가운데 불을 끄기 위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겼다.
또 다른 피란민 움 야세르 압델 하미드 다헤르는 "너무 많은 사람이 불타는 것을 보니 우리도 그들처럼 불에 탈 것 같은 느낌마저 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사진작가 아티아 다리위시는 사람들이 불타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그건 큰 충격이었고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번 공습으로 최소 4명이 숨지고 40명 이상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이보다 많은 5명이 사망하고 65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병원 주차장의 하마스 지휘 본부를 겨냥해 작전을 벌였고, 그 뒤 "2차 폭발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와 관련해 BBC에 "이스라엘 공습 이후 피란민들이 산 채로 불타오르는 것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영상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우리는 이스라엘 정부에 우리의 우려를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민간인 사상자를 막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책임을 갖고 있다"며 "하마스가 민간인을 방패로 사용하기 위해 병원 근처에서 일한다 해도 여기에서 일어난 일은 끔찍하다"고 말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성명을 통해 공습을 받은 곳은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에게 이주지로 안내된 곳이었다며 "가자지구에는 실제로 사람들이 갈 수 있는 안전한 곳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 공습으로 "사람들이 불에 타 숨졌다"며 "잔혹 행위는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이스라엘군이 전날 레바논 북부를 공습한 사건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제러미 로런스 OHCHR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공습 사망자 22명 중 12명은 여성, 2명은 어린이라고 보고 받았다"며 "우리는 공습된 곳이 4층 주거용 건물이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요소를 염두에 두면서 우리는 국제인도법(전쟁법) 측면에서 실질적 우려를 갖고 있다"며 이번 공습과 관련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전날 레바논 북부 도시 즈가르타의 아이투 마을의 주거용 건물을 공습했다.
아이투 마을은 레바논에 분포한 가톨릭의 일파인 마론파 신도들이 사는 곳으로 수도 베이루트와 헤즈볼라 본부 중심지로 알려진 남부·동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이다. 공습받은 건물에는 피란민들이 거주하던 것으로 전해졌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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