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구호 압박' 美서한에 "심각하게 받아들여 검토"
하마스 구호품 가로채기 의혹…이스라엘 대안 마련에 골머리
"네타냐후, 이스라엘군의 구호품 직접 배분안에 '위험하다' 거부"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이스라엘이 미국 정부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 개선을 요구하며 보낸 서한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이스라엘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서한에서 제기된 우려들을 우리의 미국 측 카운터파트들과 함께 대처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 정부가 지난 13일 이스라엘에 서한을 보내 30일 내로 가자지구의 인도적 지원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조치로는 ▲ 최소 트럭 350대의 인도 지원 물품 가자지구 내 반입 허용 ▲ 추가 통행로 개방 ▲ 인도 지원 관련 장소 및 이동에 대한 보안 강화 ▲ 작전상 불필요한 지역에 대한 대피 명령 취소 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이러한 긴급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국가 안보 각서 20(NSM-20)과 미국 법에 따른 정책상 함의가 있을 수 있다면서 미국의 이스라엘 무기 지원 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NSM-20은 미국이 외국에 무기 등을 지원할 때 국제 인도법 등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가 이러한 서한을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밀러 대변인은 미국은 가자 지구 안으로 인도적 지원을 반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스라엘 정부에 의한 추가적인 변화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민간 업무 조직인 민간협조관(COGAT)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인도주의 물품이 가자지구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지 않다"고 항변했다.
미국 정부의 압박은 이스라엘이 최근 가자지구 북부를 겨냥한 공세를 재개하면서 인도주의 위기가 한층 더 고조된 상황에서 나왔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현지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1년이 넘는 전쟁 탓에 기반 시설이 붕괴한 상황에서 식량, 연료, 의약품, 깨끗한 물 등 필수품 부족에 신음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부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요청을 적극적으로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유입되는 인도주의 물품이 하마스 완전 해체라는 전쟁 목표을 달성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쳐왔다.
네타냐후 정권은 가자지구 북부에 주민 소개령을 내린 뒤 완전히 봉쇄해 하마스를 굶겨 죽이는 극단적 군사작전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서는 현재 가자지구로 반입되는 구호품을 하마스가 통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팔레스타인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이스라엘 극우성향 장관들은 하마스의 탈취를 막기 위해 구호품을 이스라엘군이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군대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고 가자지구를 무기한 점령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해 극우 장관들의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2월 가자지구에서는 구호 트럭에 주민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근처에 있던 이스라엘군의 총격과 함께 수백명이 사상하는 참극이 벌어진 바 있다.
이스라엘 칸 방송은 안보 내각이 가자 구호품 관리를 위해 민간 보안 업체 등을 고용하는 방안을 대신 검토 중이지만 전문가들은 이 방법을 비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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