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전문가,'러와 밀착' 北에 "가장 가까운 동지 中임을 잊지말라"
"시진핑, 北에 대한 지갑끈 쥐고 있어…북중 파이프라인도 中이 차단한 적 있어"
카터 리즈대 연구원, SCMP 칼럼…"러가 90년대 손 뗐을 때도 中은 조용히 지원"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북한과 러시아 간 밀착이 가속하는 가운데 "가장 가까운 동지는 러시아가 아닌 중국이라는 점을 북한은 잊지 말아야 한다"는 서방 전문가 조언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한반도 전문가인 아이단 포스터-카터 영국 리즈대학 명예 선임연구원은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런 주장을 펼쳤다.
포스터-카터 연구원은 칼럼에서 "모스크바(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평양(북한)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았지만, 베이징(중국)은 수십 년 동안 김씨 정권을 조용히 돕고 자금을 지원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과 러시아 정상에게 보낸 축전을 보면 친밀도 면에서 큰 차이가 존재한다고 그는 짚었다.
김 위원장은 이달 초 72세 생일을 맞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낸 축전에서 '가장 친근한 동지'라고 2번이나 불렀지만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아 지난 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낸 축전에서는 시 주석을 '총서기 동지'라고만 표현했다.
김 위원장이 5년 전 수교 70주년 당시 시 주석에 보낸 축전에 있었던 '존경하는'이란 수식어도 사라졌다.
포스터-카터 연구원은 "두 번이나 반복된 가장 가깝다는 '최상급' 표현은 베이징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심기를 불편하게 할 뿐만 아니라 핵심적인 사실관계에 어울리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소련의 창조물인 북한의 김일성은 스탈린의 사람이었으나 귀국 후 무력으로 한국을 재통일하려는 무모한 시도에 소련과 중국을 휘말리게 했다.
재통일 시도가 실패한 뒤 김일성은 40년간 모스크바와 베이징을 경쟁시켜 그 가운데서 덕을 보려고 했다.
북한은 두 나라 모두에서 돈을 받았지만, 어느 쪽 조언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 북한은 신뢰할 수도 없는 국가였다.
소련의 후신인 러시아는 이에 지쳐 1990년대 들어 갑자기 모든 지원을 중단했다. 당시 평양에는 모스크바가 원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북한 국내총생산은 절반으로 줄었고 기근으로 백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최근 1년간을 보면 북한은 포탄과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원하는 대가로 김 위원장은 정찰 위성 발사에 도움을 받고 필요한 석유를 얻었다.
그러나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장교 출신인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신뢰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기 때문에 양국 간 더 이상의 협력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포스터-카터 연구원의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해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이후 1년 이상 지났음에도 무역 투자 등 경제협력이 대규모로 이뤄지는 정황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포스터-카터 연구원은 북·중 관계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모스크바가 물러났을 때 북한 정권을 조용히 지탱해준 것은 바로 베이징이었다는 것이다.
북한의 대중 의존도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중국은 20여년 전 북한의 최대 무역상대국이 된 이후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 전체 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96.7%에서 지난해 98.3%로 상승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포스터-카터 연구원은 최근 북·중 관계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북한과 중국을 잇는 신압록강 대교를 꼽았다. 그는 "수교 75주년을 앞두고 개통 소문이 돌았지만, 평소처럼 아무런 움직임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북한과 중국은 (서로 협조가 필요한)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를 자랑하곤 했지만 김 위원장의 입술은 다른 곳(러시아)을 향하고 있다며 "시진핑 주석은 북한에 대한 지갑끈(돈줄)과 과 모든 카드를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 위원장을 향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뒤에도 시 주석은 여전히 이곳에 있을 것"이라며 "실제로 입증된 가장 가까운 동지가 누구인지 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북중 간을 연결하는 석유 파이프라인을 중국이 적어도 한번은 차단한 적이 있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북한의 생명줄과 같은 원유 공급선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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