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병원·레바논 민가 맹폭…사상자 속출

입력 2024-10-15 11:21
이스라엘, 가자 병원·레바논 민가 맹폭…사상자 속출

가자 중부 병원 머물던 피란민 4명 사망…이 "하마스 본부 겨냥"

레바논 북부 기독교 마을도 공습…사망자 스무명 넘겨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이스라엘군이 친이란 무장단체들과 교전을 이어가고 있는 가자지구와 레바논에 연일 맹폭을 쏟아부으면서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하마스와 1년 넘게 전쟁 중인 가자지구 중부에서 피란민들이 대피한 병원을 공습해 최소 4명이 숨졌으며, 헤즈볼라와 교전 중인 레바논에서는 북부의 기독교 마을을 폭격해 스무명이 넘게 숨졌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알 아크사 순교자 병원 부지를 공습했다.

이곳은 전쟁 이후 집을 떠나온 수많은 피란민들이 병원 근처는 공습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란 생각에서 텐트를 치고 피란 생활을 하던 장소였다.

이날 공격으로 병원 건물은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병원 주차장, 마당 등에 설치된 피란민 텐트촌이 직격탄을 맞았다.



유엔 당국자는 이날 공격으로 최소 네명이 숨졌으며 어린이를 포함해 수십명이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피란민 대부분이 잠에 들었던 새벽 1시께 이뤄진 이날 공격으로 텐트촌 곳곳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였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수개월째 이 병원 부지에서 가족과 피란 생활을 하고 있다는 마무드 와디(20)는 NYT에 잠을 자다가 공습에 난 불길을 사방에서 느끼면서 깼다면서 "불에 검게 그을린" 시체들을 봤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해당 병원을 공습했다고 밝히면서 이날 공격이 병원 인근 주차장에 자리한 하마스 지휘 본부를 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NYT에 공습 이후 발생한 화재는 대부분 "(폭발 물질로 인한) 2차 폭발로 인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NYT와 인터뷰한 목격자들은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텐트촌에 있던 요리용 가스통에서 발생한 폭발로 붙은 불이 비닐 텐트로 빠르게 번져나갔다고 말했다.



이날 공격에 앞서 인근 도시 누세이라트에서도 역시 피란민들이 지내고 있는 학교에 공습이 가해지며 최소 스무 명이 숨졌다고 가자지구 보건 당국이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공격에 대해서는 책임을 주장하지 않고 있으며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라고만 밝혔다.

한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 북부를 봉쇄하고 구호품 제공을 중단해 하마스를 '굶겨 죽이는' 작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가운데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해당 작전을 수행할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고 미 일간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갈란트 장관은 전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이스라엘군 퇴역 장성들이 제안한 이른바 '하마스 굶겨 죽이기 작전'을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병원 등을 공습한 같은 날 레바논에서도 맹렬한 공세가 이어졌다.

레바논 적십자사에 따르면 이날 레바논 북부 도시 즈가르타의 아이투 마을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21명이 숨졌다.

아이투 마을은 레바논에 분포한 가톨릭의 일파인 마론파 신도들이 사는 곳으로 수도 베이루트와 헤즈볼라 본부 중심지로 알려진 남부·동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이다.

지역 당국자는 로이터에 이날 공습을 당한 아파트 건물은 전쟁으로 인해 터전을 등지고 난민이 된 가족들이 살던 곳이었다고 밝혔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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