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영韓문화원장 "한강 같은 특이점, '연결'로 꽃피워야"

입력 2024-10-15 07:00
[인터뷰] 주영韓문화원장 "한강 같은 특이점, '연결'로 꽃피워야"

"고통의 역사 딛고 타인의 고통 공감·위로…韓문화 진심 통해"

한국어·문학·음악·영화 등 다양한 영역 문화교류 지원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주영 한국문화원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선정 소식에 런던 도심 대형서점 포일스에 한강 특별코너 설치를 지원했다.

영문 번역본은 이미 품절됐기에 언어(외국어) 섹션에 한강의 한글 원서를 모아둔 것이었는데도 설치 만 하루 만인 지난 12일(현지시간) 서너 권만 남기고 매대는 거의 텅 비어 있었다.

한글 책을 살펴보고 있는 현지인 여러 명이 "한국어를 배우는 중이라", "한국 문학이 좋아서" 책을 고르러 왔다고 했다.

14일 런던 트래펄가 광장 인근의 주영 한국문화원에서 만난 선승혜 원장은 한국 문화를 매개로 영국 현지인들과 '진심'이 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문학을 좋아하는 분이 한국을 정말 좋아하고 다른 한국문화 행사도 찾는다"며 "한국어 강좌를 듣는 분이 K팝 아카데미 행사에도 온다"고 소개했다.

세계 속 한국 문화예술의 대활약을 살펴볼 때 영국을 건너뛸 수 없다. 한강을 국제무대에 본격적으로 올려놓은 계기가 바로 2016년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이었다.

최근에는 젊은 미술가 이미래가 테이트 모던의 터바인홀을 채웠고 건축가 조민석이 서펀타인 파빌리온을 꾸몄다.

임윤찬은 한국인 피아니스트로는 처음 그라모폰상을 손에 쥐었고 걸그룹 블랙핑크는 찰스 3세로부터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다.

선 원장은 "백남준, 방탄소년단(BTS), '기생충', '오징어게임', 이제 한강까지, 하나가 완전히 판을 바꾸고 나면 새로운 문화가 시작되는 특이점들을 집중적으로 경험하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을 반겼다.

그는 특히 어떠한 기준을 넘어선 지점인 '특이점'이 "한 분야 독주 체제가 아닌 여러 분야에서 피어나고 있다"며 이를 연결해 나가는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 원장은 한국 문화가 영국과 유럽, 세계에서 통하는 이유를 각계 문화예술인들의 '진심'과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힘'에서 찾았다.

한강의 작품들은 물론이고, 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이미래의 테이트 모던 전시 '열린 상처' 등 많은 한국 문학에 이 같은 진심과 공감, 위로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선 원장은 "우리는 역사상 고통받는 입장이었고 이제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진정한 문화 선진국이 된다는 건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힘"이라고 분석했다.

주영 문화원은 한국문화의 매력을 영국에 알리고 이해를 돕는 기관인 동시에, 영국에서 한국 문화가 얼마나 확산하고 자리를 잡았는지 체감하는 현장이 되고 있다.

한국어 강좌, 성인 대상 K팝 아카데미, 초등학교 내 태권도·K팝 시범 수업, 한국문화 전문 강연, 한국문학의 밤, 한국 영화의 밤, 한국문화를 알리는 지역 축제 등을 진행하며 한국문화를 알리고 있다.

올해 말에는 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베스트셀러를 소개하는 기획전도 열 예정이다.

미학을 전공하고 대전시립미술관장을 지낸 선 원장은 '미학의 나라'인 영국에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자 한다면서, 이는 다양성을 통해 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뛰어난 재능이 있는 문화예술인들이 하나씩 꽃봉오리를 틔우고 있다"며 "꽃이 다 같이 피어야 유토피아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영 문화원은 '한국 연결 캠페인'(Connect Korea Campaign)을 선언하고 문화예술을 통한 한국과 영국의 연결, 사람 사이의 연결, 문학부터 미술, 음악, 영화까지 다양한 영역 간 연결을 추진하고 있다.

선 원장은 "이제 외국 사람들이 좋아해 줘서 기쁜 '코리안 웨이브(한류)'를 넘어 한국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다층적으로 연결되는 '코리아 커넥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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