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월드서비스 철수하니 중국·러시아 관영매체 득세"

입력 2024-10-14 09:42
"BBC 월드서비스 철수하니 중국·러시아 관영매체 득세"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영국 BBC의 월드서비스 축소로 인해 아프리카와 중동 등지에서 중국과 러시아 관영매체들이 득세하고 있다고 BBC가 주장했다.

13일 (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팀 데이비 BBC 사장은 14일 오후 런던에서 열리는 미래 복원력 포럼에서 BBC 월드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밝힐 예정이다.

데이비 사장은 미리 공개된 연설문에서 재정지원 삭감으로 인한 BBC 월드서비스의 축소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 국영매체들의 '아무런 방해가 없는 선전 활동'이 촉발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BBC 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월드서비스가 축소되면 관련국의 국영 매체가 이런 상황을 활용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 국영 매체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 사장은 중국과 러시아 정권의 조종을 받는 매체들이 아프리카와 중동 라틴 아메리카를 중심으로 미디어 활동을 확장하기 위해 60억~80억파운드(약 10조5천807억원~14조1천76억원) 정도를 지출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실제로 BBC 월드서비스 철수 후 케냐와 리비아의 국영방송사인 KBC와 LBS가 TV와 라디오에서 중국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늘렸으며 레바논에서는 러시아가 지원하는 매체가 BBC 아랍어 방송이 사용하던 채널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투자는 러시아 국영방송인 RT와 중국국제텔레비전(CGTN)의 도달 범위뿐만 아니라 신뢰 측면에서도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그는 봤다.

데이비 사장은 BBC 월드서비스가 철수하지 않았다면 중국과 러시아 매체가 현지 시청자를 찾기 훨씬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이러한 점에서 BBC월드서비스의 추가적인 철수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우려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BBC가 완전히 독립적인 세력으로서 국제적인 뉴스 환경에 미친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면서 자유롭고 공정한 보도는 세계 민주주의와 시청자들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BBC 월드서비스는 2022년 382개 포스트를 없애고 아랍어와 페르시아어 라디오 서비스 폐지를 발표했으며 지난 4월부터는 정부 지원 확대 필요성 등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

BBC 월드서비스는 BBC의 국제방송으로 수신료에서 필요 자금을 주로 지원받고 있으며 1억440만파운드(약 1천840억원)에 이르는 영국연방 개발사무소(FCDO) 자금도 받고 있다.

k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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