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국' 쿠바, 한강 노벨상에 눈길…"성찰의 길로 인도"

입력 2024-10-13 01:01
'수교국' 쿠바, 한강 노벨상에 눈길…"성찰의 길로 인도"

가장 영향력 큰 관영매체 "한강, 인간에 대한 실존적 질문 탐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지난 2월 한국과 수교한 쿠바가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주목하며 그의 작품 세계를 조명했다.

정부 공식 소식을 전하는 쿠바 내 가장 영향력 큰 관영지 '그란마'는 11일 밤(현지시간) 온라인에 게시한 '한강, 인간적 관점으로부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 작가를 소개하며 "그의 작품은 인간이란 무엇이며 왜 폭력이 자리 잡았는지에 대한 실존적 질문에서 비롯된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1970년 11월 27일 대한민국 광주에서 태어난" 작가의 주요 이력을 설명한 뒤 "강렬한 시적 뿌리가 특징으로, 때론 우리를 압도하고 때론 우리를 취약하게 만드는 현실을 날카로운 언어로 묘사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스페인어로 번역된 '거울 저편의 겨울' 시구 일부를 기사에 직접 인용하기도 했다.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채식주의자'에 대해서는 "페미니즘적 색채가 짙게 배어 있으며,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 속에서 폭력·불의·절망·위계질서에 대항하는 도전 정신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고 분석했다.

그란마는 '소년이 온다'와 '희랍어 시간' 등에 대한 언급과 함께 "한강을 읽는다는 것은 성찰의 길로 뛰어드는 것이며, 인간과 자아에 대해 되돌아보는 것이며, 예술을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는 것이자 그 과정에서 양보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바언론인협회에서 편집하는 것으로 알려진 온라인 매체 쿠바데바테는 AP통신 기사 등을 인용, 5·18 광주민주화운동에서 받은 "개인적인 트라우마"를 심도 있게 묘사한 작가의 에피소드가 눈길을 끈다며 "한강은 인간으로서의 고통과 격동적인 한국사의 상처를 탐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쿠바데바테는 정치인과 예술가를 막론하고 '한국 국적자'에 대해선 이례적으로 긴 분량을 할애해 작가의 생애와 외신 인터뷰 내용, 주요 작품 집필 배경, 노벨위원장 코멘트, 최신작 출간 소식 등을 상세히 전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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