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서 K-푸드로'…"中소비자들 한국제품 취향 변화"
SCMP "中서 K-뷰티 점유율 떨어진 반면 K-푸드 판매는 급증"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 제품 소비 취향이 화장품에서 음식으로 옮겨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보도했다.
상하이의 금융업계 종사자 자오쓰치(28) 씨는 한국 배우 김지원이 홍보하는 K-뷰티 브랜드 '후'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가 더 원하는 것은 한국 음식이다. 매운 것이 당길 때면 그는 한국의 라면을 찾는다.
그의 친구인 애슐리 쑨(23) 씨는 한국 걸그룹 (여자)아이들이 홍보하는 매운 불닭볶음면에 빠졌다.
두 사람은 K-뷰티보다는 K-푸드에 더 많이 지출하는, 한국 제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태도를 대표한다고 SCMP는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의 써니 문 매니저는 SCMP에 "중국에는 확고히 자리잡은 K-푸드 시장이 있다"며 "그 트렌드는 음식에 국한되지 않는다. 떡볶이, 핫도그, 닭강정, 양념치킨 같은 길거리 음식 등 K-드라마에 나온 환경과 분위기가 상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K-콘텐츠의 문화적 측면이 음식과 패션에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더 광범위한 소비자 경험을 포괄하는 새로운 사업 기회의 길을 열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SCMP는 한국 매체를 인용, 2017년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외국 브랜드 중 최대를 차지했던 K-뷰티 점유율(27%)은 3년 후 중국이 한국 제품에 대한 수출 제한을 걸면서 4위로 떨어졌고 작년에는 14.2%로 추락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반면 한국 농림축산식품부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K-푸드 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5.2% 증가한 11억달러(약 1조4천800억원)"라며 특히 라면이 중국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고 냉동 김밥이나 즉석밥, 떡볶이 같은 쌀 기반 가공식품의 수출이 증가했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중국에서 K-푸드 수요 급증은 2017년 한국이 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하면서 중국이 가했던 제재가 완화된 것과 맞물렸다"며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으로 한류 스타들 모습이 중국의 TV와 다른 미디어 플랫폼에서 자취를 감췄으나 2021년부터 서서히 그러한 제한이 풀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월 뉴진스, 르세라핌, 엑소 등 20여개의 K-팝 밴드가 베이징, 광저우, 칭다오에서 팬미팅을 열었고 홍콩과 마카오에서도 중국 팬들은 한국 스타들을 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K-뷰티 제품의 중국 내 인기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홍콩 화장품 편집숍인 사사(Sa Sa) 최고재무책임자(CFO) 대니 호는 SCMP에 "한국 제품은 맞춤형 제품을 선호하는 Z세대 취향을 저격하며 최근 몇 년간 틈새시장 성장을 이끌었다"며 립 틴트, 메이크업 픽서, 틈새 향수 등을 아우르는 틈새시장의 판매가 완만히 성장했고 이는 매출 기준으로 두 번째로 큰 부문이라고 짚었다.
반면 중국에서 K-뷰티 제품의 판매가 완만히 하락할 것이라 전망한 컨설팅회사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의 소먀 스리나트는 "이 분야에서 '한류'의 매력은 감소했다"면서 "한국은 중가 뷰티 제품 부문에서 활약했지만, 이제는 경쟁력 있는 중국 제품들로 대체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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