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선반영에 대출 규제도…집값 영향 크지 않아"
전문가들 "이미 8월부터 매매 주춤…연말까지 추세 지속될 듯"
수익형 부동산 수요 커질수도…건설사 자금조달에 긍정적 영향 기대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권혜진 기자 = 한국은행의 11일 기준금리 인하가 유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지만, 실제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보고 있다.
통상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 금리가 낮아지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지만, 시장 금리가 연초부터 하락해 이미 투자 심리에 상당 부분 반영된 데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비롯한 대출 제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빅데이터랩장은 "자금 조달 이자 부담이 일부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으나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빅컷'(0.5%포인트 인하) 이후 이미 금리 인하 기대가 시장에 선반영됐고,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과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움직임이 더해진 상황"이라며 "이번 기준금리 인하 효과 발현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과 갭투자 관련 전세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기준금리 인하에도 주택거래 총량과 매매가 상승 움직임은 둔화할 양상이 크다"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어진 집값 상승 피로감 누적으로 주택 매매거래 월별 총량은 이미 지난 7월을 정점으로 8월부터는 주춤한 상태이며, 연말까지 이런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천906건에 달했지만, 8월 6천161건으로 줄었다. 아울러 이날 현재까지 신고된 9월 거래량은 2천285건에 그치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볼 때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윤 연구원은 "여러 고민이 필요한 부동산 재화를 이자 부담이 몇십만원 줄어든다고 덥석 사지는 않는다"면서 "금리 인하 지속에 대한 기대감으로 단기 수요에는 영향이 일부 있을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지금 상황에서)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 랩장과 마찬가지로 윤 연구원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선반영과 대출 규제를 금리 인하 영향을 제한적으로 보는 이유로 손꼽았다.
삼성증권 부동산 담당 이경자 대체투자팀장은 "시장금리가 이미 연초부터 하락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영향은 없겠다"며 "다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은 금리 인하보다 대출 규제 영향이 더 커 현재의 숨 고르기 장세가 이어지겠지만, 가격이 덜 오른 지방과 비아파트 시장은 거래에 숨통이 트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집값이 비싼 서울의 경우 금리 인하보다 대출 규제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며 "기준금리 인하가 가격이 덜 오른 지역이나 상품에는 단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가격 하락 시 서울에서도 외곽지역부터 가격 조정이 나타나는 것처럼 외곽지역이 먼저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함영진 랩장은 "오피스텔과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은 금융권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수준인 3.5% 이하로 대출 금리가 낮아진다면 임대수익률의 장점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보다는 건설업황에 더 영향이 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백광제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긍정적인 시그널이기는 하나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 자체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장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작년과 올해 상황이 안좋았던 건설사들의 조달금리에 영향을 미치며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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