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복합사업 58%가 후보지단계 '제자리'…29곳은 철회
공공의 토지수용 방식에 곳곳서 주민 반발…동의율 낮아 후보지 철회
사업승인 지구도 참여자 못찾아…"참여 유인 강화해야"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시행 4년 차를 맞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 58%가 후보지 지정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발표한 후보지 총 82곳 중 주민 참여 의향이 낮아 철회된 곳만 29곳에 달한다.
10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손명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도심복합사업은 올해 9월 기준으로 전국 53개 후보지에서 8만8천가구 규모로 추진되고 있다.
도심복합사업은 문재인 정부가 2021년 '2·4 공급대책'을 통해 도입한 제도다. 사업성이 낮아 민간 사업으로는 재개발이 어려운 저층 주거지에 용적률 혜택 등을 줘 공공 주도로 빠르게 개발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정부가 후보지를 지정한 후 주민 동의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현재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중 사업승인이 완료된 곳은 서울 도봉구 방화역 인근(420가구), 쌍문역 동측(639가구),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392가구), 경기 부천 원미사거리 북측(1천628가구) 4곳으로 총 3천79가구 규모다.
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를 확보해 지구 지정 절차가 완료된 곳은 도봉구 쌍문역 서측(1천404가구), 은평구 증산4구역(3천574가구) 등 13곳 2만3천가구 규모다. 11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2곳은 인천도시공사(iH)에서 추진하고 있다.
주민 참여 의향률이 50%를 넘겨 예정지구로 지정된 곳은 경기 성남 금광2동(3천56가구) 등 5곳, 8만5천74가구다.
그러나 아직 후보지 상태에 머물러 있는 곳은 31곳, 5만4천가구 규모다.
철회 없이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곳 58%가 후보지 지정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후보지로 지정됐던 29곳은 주민 호응이 낮아 사업을 철회했다.
대부분이 주민 참여의향률 30%를 채우지 못했으며 지자체가 철회를 요청한 곳도 2곳(도봉구 방학초교 인근·서대문구 서대문역 남측) 있었다. 예정지구로 지정됐다가 철회된 곳은 3곳이다.
사업승인이 완료된 곳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쌍문역, 연신내역, 방화역 등 서울권 3곳에서 사업 참여자(시공자) 선정 공모를 진행했으나 참여자가 없어 유찰됐다.
도심복합사업은 LH 등 공공이 사업시행자로 토지를 수용하는 방식이라 후보지 곳곳에서 주민 반발이 컸다.
이에 정부는 토지주가 아파트를 우선 공급받을 수 있는 취득 시점 기준(토지주 우선공급일)을 2021년 6월 29일로 일괄 지정했던 것을 '개별 후보지 선정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1·10 대책'을 통해 발표했다.
그러나 관련 법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는 도심복합사업을 2021년 9월부터 3년 동안 한시 추진하는 것으로 도입했다가 예상보다 사업 속도가 더뎌 일몰 기간을 2026년 12월로 연장했다.
정부는 또 도심복합사업을 민간 중심으로 개편해 토지주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신탁사, 리츠 등 민간도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토지주 동의를 얻어 시행하는 만큼 토지를 수용하지도 않는 구조다.
민간 도심복합사업은 내년 2월 시행되지만, 민간 사업자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손명수 의원은 "도심 내 주택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사업성이 낮아 민간 재개발이 어려운 지역에 공공 주도로 주택을 공급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이미 많은 후보지를 철회한 만큼 기존 선정 지구의 사업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고 참여 유인을 대폭 강화해 신규 후보지를 발굴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