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레바논 남부 폐허돼…가자지구 상황 같아"
대피소 과밀·식량 부족·농경지 파괴 등 벌어져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최근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집중된 레바논 남부 지역이 가자지구처럼 폐허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유엔이 지적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8일(현지시간) 현지 점검 결과를 담은 브리핑 자료를 통해 "최근의 공습으로 남부 레바논 7개 구역과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서 수십만명의 이주민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이 비운 마을은 폐허에 가깝다"며 "대피령이 내려진 지 몇시간 내에 주거지를 떠나야 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WFP는 "많은 레바논 주민은 단순히 집이 파괴될까 봐 떠나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공동체를 잃었기 때문에 떠난다고 말했다"며 "가자지구를 지켜본 사람들이 비슷한 공포와 상처를 마음에 품고 이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WFP가 전한 레바논의 인도적 위기 상황은 가자지구가 겪어온 일들과 유사한 양상을 나타냈다. 민간인 사상자의 급증과 대피시설 과밀, 식량 부족, 농경지 파괴 등이 목격된다는 것이다.
WFP는 "매일 15만명에게 지원 중인 즉석 식량은 공급 목표량을 100만명으로 늘렸다"며 "베이루트 북부의 973개 대피소 가운데 773곳은 수용인원을 초과해 화장실과 기본 위생 시설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1년간 1천900㏊의 농지가 불탔고 레바논에서 가장 농업 생산성이 높던 경작지 1만2천㏊가 전란 속에 방치됐다"며 "올리브와 바나나, 감귤 등의 수확이 불가능해졌고 채소는 밭에서 썩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레바논을 현장 점검한 WFP의 매슈 홀링워트 레바논 지역국장은 "이미 경제위기를 겪는 레바논에서 피란민이 전체 주민의 25%에 달하는 상황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긴장을 완화하고 외교·정치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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