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탄 AI 대부들…초석다진 홉필드·고발자로 변신한 힌턴(종합)
힌턴, AI 위험 알리려 10년 몸담은 구글서 은퇴…"킬러로봇 우려"
홉필드, 물리·생물·컴퓨터과학 넘나들며 인공신경망 모델 초석
(뉴욕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김연숙 기자 = 8일(현지시간) 발표된 2024년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자인 제프리 힌턴(76)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와 존 홉필드(91)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인간의 도움 없이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AI) 분야의 선구자들이다.
이들 중 힌턴 교수는 AI의 개척자인 동시에 '내부고발자(Whistleblower)로 통한다.
영국 런던의 외곽 출신인 힌턴 교수는 1970년대 후반부터는 미국과 캐나다를 무대로 주로 활동해왔다.
1970년대 초반 에든버러대에서 대학원생 시절 인간의 뇌를 통해 문제를 처리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컴퓨터가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인공 신경망'의 개념을 제안했다.
당시만 해도 이 같은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을 믿는 연구자의 거의 없었다.
그러나 힌턴 교수는 연구를 계속해 인공 신경망을 현실화했다.
2012년 토론토대 교수 시절 그는 제자 2명과 함께 AI 업체 'DNN 리서치'를 창업했다. 이 업체는 컴퓨터가 사진 수천장을 분석해 꽃이나 개, 자동차 같은 사물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는 생성형 AI 챗GPT의 탄생에도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3년 구글은 4천400만달러(약 593억원)를 들여 이 업체를 인수했다.
2019년에는 몬트리올대 요슈아 벤지오 교수, 메타의 AI 과학자 얀 르쾽과 함께 튜링상을 받았다. 미국컴퓨터학회(ACM)가 수여하는 이 상은 '컴퓨터과학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앞서 2013년 구글로 적을 옮겨 연구를 이어가 부사장까지 오른 힌턴 교수는 지난해 4월 구글을 떠났다. 지금은 토론토대 교수로 다시 자리를 옮겼다.
구글을 떠난 직후 그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구글과 결별한 이유는 AI의 위험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AI 분야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구글에서 벗어나 AI가 인류에 미칠 나쁜 영향을 자유롭게 경고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힌턴 교수는 "(AI는) 내가 연구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연구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며 자신이 평생 이룬 성과가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AI 분야에서 빅테크들의 경쟁을 언급하며 관련 연구에 국제적인 규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힌턴 교수는 비슷한 시기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AI가 얼마나 똑똑해지는지에 대한 걱정으로 이를 "내부 고발하기로"(blow the whistle) 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이런 것들이 우리보다 더 똑똑해지고 있다는 것을 갑자기 깨달은 한 과학자일 뿐"이라며 "나는 일종의 고발을 하고, 이런 것들이 우리를 지배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지 진지하게 걱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힌턴 교수는 실제 언론 등 공론장을 활용해 수차례에 걸쳐 AI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해왔다.
그는 지난해 5월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AI 챗봇의 위험성은 매우 무서운 정도"라며 "곧 인간을 추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3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선 "10년 이내에 자율적으로 인간을 죽이는 로봇 병기가 등장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AI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해왔다.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이날도 그는 AI를 '산업혁명'에 비유하며 우리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통제불능 상태가 될 수 있는 위협에 대해 우려해야 한다"고 당부를 잊지 않았다.
CNN은 힌턴 교수에 대해 '내부 고발자'로 규정하며 "AI의 개척자일 뿐 아니라 그 기술에 대한 주의 역시 촉구해왔다"고 촌평했다.
공동 수상한 홉필드 교수는 그의 이름을 딴 인공신경망 모델인 '홉필드 네트워크'로 더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1933년생으로 힌턴 교수보다 한 세대 앞선 학자인 홉필드 교수는 부모 모두 물리학을 연구한 물리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물리학과 생물학, 컴퓨터 과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뇌가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학문적 관심을 쏟았다.
미국 시카고 출신인 그는 1958년 벨연구소에서 고체 물질의 특성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로 경력을 시작했다. 그러나 연구에 제한을 느낀 그는 UC버클리, 프린스턴대 물리학과, 캘리포니아공과대 등으로 소속을 옮겼다. 그리고 1997년 프린스턴대로 다시 돌아와 분자생물학과에 자리를 잡았다.
1980년대 그의 연구는 뇌의 처리 과정이 기계가 패턴을 저장하고 재생성하는 방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1982년 그는 뇌가 기억을 회상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신경망 모델을 개발했다. 이는 오늘날 '홉필드 네트워크'라고 불린다. 이를 통해 기계는 인공신경망을 사용해 기억을 '저장'할 수 있게 됐다.
프린스턴대의 보니 배슬러 분자생물학과 교수는 "홉필드 교수는 물리학과 생물학, 신경과학의 방법론을 결합해 뇌를 탐구했고, 뇌가 어떻게 기억을 되살리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신경망 이론을 발전시켰다"라고 그의 업적을 설명했다.
이어 "그의 발견은 오늘날 스마트폰이나 자율주행차에 흔히 쓰이는 인공신경망 개발로 이어지는 초석이 됐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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