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톺] "기대 안하길 잘했다"…삼성전자 '나홀로 겨울'
외인 21일째 순매도…삼전 어닝쇼크 반도체株에 '찬물'
"반도체 업황 우려 과도…삼성전자 위기는 성격 달라"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8일 반도체주의 동반 약세로 코스피가 하루 만에 2,600선을 내줬다.
증권가는 반도체 업황 우려가 과장됐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도 삼성전자의 주가 회복은 섣불리 점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가 전날보다 0.61% 내린 2,594.36을 기록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1.15% 내린 6만3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1.64% 내린 6만원으로 개장한 주가는 한때 1.80% 하락률로 재차 5만원대(5만9천900원)로 밀려났으나, 이후 낙폭을 줄여 심리적 지지선인 6만원을 가까스로 지켜냈다.
이날도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2천504억원어치 순매도하는 등 무려 21일 연속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나마 삼성전자 실적에 대한 시장 기대가 크지 않았던 만큼 낙폭이 제한된 결과"라고 말했다.
이날 개장 전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74.49% 증가한 9조1천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연합인포맥스 집계 기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18곳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실적 전망치)인 10조3천47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이 같은 부진은 스마트폰과 PC 판매 부진으로 메모리 출하량과 가격 상승이 당초 예상을 밑돌고,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경쟁업체 대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탓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일회성 비용(성과급)과 파운드리 수주 부진, 비우호적인 환율, 재고평가손실 환입 규모 등도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어닝쇼크에 국내 반도체주도 동반 부진을 보였다.
SK하이닉스[000660]가 3.73% 내린 17만8천원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한미반도체[042700](-3.07%), DB하이텍[000990](-2.90%), 디아이[003160](-1.68%), 리노공업[058470](-1.28%), 하나마이크론[067310](-2.70%), 테크윙[089030](-2.73%), 미래반도체(-2.81%) 등이 일제히 내렸다.
전날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협력사인 슈퍼마이크로컴퓨터가 인공지능(AI) 수요에 힘입어 그래픽처리장치(GPU) 출하량이 급증했다고 밝히면서 엔비디아(2.2%)와 슈퍼마이크로(15.8%) 양사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으나,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뿌린 격이 됐다.
증권가는 4분기 이후 삼성전자 실적 반등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분위기다.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익 컨센서스는 8월 14조3천억원대에서 12조2천억 수준으로 급락했다.
여기에 국내 반도체 업황 우려가 과도한 반면 삼성전자의 위기는 성격이 다르다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블랙웰 공급이 예상되는 가운데 AI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내년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호조를 띨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노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의 겨울은 아니지만 삼성전자의 겨울은 이미 우리가 경험하고 있다"며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HBM3E의 공급 지연, 파운드리 경쟁력 약화 등을 지적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이날 삼성전자 실적과 관련해 "세트 부진 속 비메모리의 단기 회복 가시성이 낮다"며 "여기에 레거시 메모리의 수급 악화까지 고려하면 내년 보수적인 설비투자 전략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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