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1% 고수익에 '솔깃'…아르헨 소도시 휩쓴 폰지사기 의혹
7만명 인구 중 30%인 2만여명 투자 가담…아직 피해자는 없어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의 한 소도시에서 주민의 30%인 2만명이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 가상화폐 트레이딩 플랫폼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70㎞ 떨어진 곳에 있는 산페드로시는 인구 7만명의 소도시로 주민들은 주로 관광·농업·목축업에 종사한다.
그런데 이 도시 주민 2만여명이 일일 1%의 달러 고수익을 보장하는, 신용할 수 없는 가상화폐 트레이딩 플랫폼에 투자한 사실이 한 프로그래머의 조사로 알려져, 그 피해가 우려된다고 일간 라나시온, 클라린, 인포바에 등이 이날 보도했다.
여태까지 알려진 바로는 나이트 컨소시엄(Knight Consortium)이라는 투자회사가 자회사 레인보우엑스(RainbowEx)를 통해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일일 1%, 연 3천490%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면서 투자자들을 유인했고, '중국 여자'라는 별명의 동양 여성이 밤 9시나 10시에 투자를 지시하면 주민들이 이에 따라 매매하면서 도시가 마비됐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조사한 막시밀리아노 휘르트만 프로그래머는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가상화폐를 사고팔면서 매일 1∼2%의 이익을 얻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가상화폐조차 존재하지 않는 안드로이드 패키지 프로그램(APK)을 사용한 앱으로 단순 시뮬레이션이다"라고 밝혔다.
폰지 사기란 20세기 이탈리아 사기꾼 카를로 폰지에서 이름을 딴 대규모 다단계식 금융 사기 수법으로, 단기 수익을 기대하는 신규 투자자를 모은 뒤, 그들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형태의 '돌려막기' 사기 투자 방식을 뜻한다.
신규 가입자들의 유입이 중단되거나 기존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빼면, 돈을 빼지 못한 투자자의 피해로 이어지는 형태로 운영된다.
산페드로시 세실리오 살라사르 시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제는 정확하게 주민 몇 명이 투자했는지, 1만5천명인지 2만명 이상인지 아직 파악되지 않았으며, 지금까지는 피해자도 발생하지 않았고, 고발도 없었기 때문에 법적 조치도 할 수 없는 단계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산페드로시 주민은 "나는 여기에 투자하지 않았다"며 "많은 주민이 집과 차를 팔면서 여기에 투자하는 등 열기가 과열됐고, 그중 일부는 아무 문제도 없는데 언론에서 떠들어서 투자를 망칠 셈이냐며 화를 내고 있다"고 도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산페드로시 일부 주민은 새로운 방식의 투자라면서 이를 목숨을 내걸 정도로 옹호하는가 하면, (다른) 일부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고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 24일 나이트 컨소시엄사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한 투자설명회에서 미국 배우들을 전문투자자로 소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이 이 회사가 금융중개 영업을 할 수 있게 '국립증권위원회'(CNV)에 적법하게 등록이 되었는지를 조사할 것이라고 현지 일간 클라린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헌금 액수가 크면, 성인도 의심한다"라는 현지 속담에 빗대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폰지사기 사건으로 보고 있으며, 투자자 숫자가 너무 커서 조용한 소도시에 발생할 피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sunniek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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