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가자전쟁 1년에도 한목소리 '실종'
집행위원장, 하마스 규탄…외교안보 대표 '침묵'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가자전쟁이 7일(현지시간) 1주년을 맞은 가운데 유럽연합(EU) 지도부와 회원국들의 한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전날 성명을 내고 "하마스의 테러 행위는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다시 한번 가장 강력한 용어로 야만적인 공격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면서도 이스라엘을 향한 직접적인 자제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집행위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하마스의 공격 1년을 맞아 열리는 행사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반면 EU 외교수장 격인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오전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하마스의 공격을 규탄하면서도 "국제법과 국제인도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하자 EU 내부 조율 없이 이스라엘을 방문해 비판받았다.
보렐 고위대표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무차별 공습에 상대적으로 더 목소리를 높였고 최근에는 극우 성향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들에 대한 제재를 제안할 만큼 이스라엘에 비판적이다.
중동 문제를 둘러싼 EU 지도부 간 미묘한 온도차는 가자전쟁 발발 이래 중동 정세를 두고 좀처럼 일관된 대외 메시지를 내지 못했던 EU의 현주소를 방증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EU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선 똘똘 뭉쳤지만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분열되고 무력한 모습이라고 짚었다.
회원국 간 입장도 첨예하게 갈린다.
이스라엘의 강력한 우방인 독일을 비롯해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이 이스라엘을 지지하지만 아일랜드, 스페인, 벨기에 등은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5월엔 아일랜드, 스페인, 슬로베니아 등이 아예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인하면서 이스라엘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EU 27개국 중 11개국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프랑스 앵포 인터뷰에서 가자 전쟁의 정치적 해법을 찾기 위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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