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부담됐나…이시바 '비자금 의원' 일부 공천 배제(종합)

입력 2024-10-06 22:05
여론 부담됐나…이시바 '비자금 의원' 일부 공천 배제(종합)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도 불허"…불이익 집중된 옛 아베파 반발 목소리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6일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의 일부를 공천에서 배제키로 했다.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이날 자민당 본부에서 모리야마 히로시 간사장, 고이즈미 신지로 선거대책위원장 등과 협의한 뒤 이런 방침을 기자들에게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4월 비자금 연루 의원에 대한 당 징계 때 공천 배제 수준 이상의 처분을 받은 의원과 함께 그 이하의 처분 대상자 중 설명 책임을 다하지 않고 지역민의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는 공천에서 배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당시 공천 배제 수준 이상의 처분을 받은 니시무라 야스토시 전 경제산업상, 시모무라 하쿠분 전 문부과학상, 다카기 쓰요시 의원 등 3명 외에 당 직무 정지 징계 중이면서 국회 정치윤리심사회에 출석하지 않은 하기우다 고이치 전 정무조사회장 등 추가로 공천에서 배제되는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이 나올 전망이다.

또 이시바 총리는 정치자금 수지보고서를 부실 기재한 의원은 지역구 공천을 주더라도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는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며 "저와 당4역(자민당의 핵심 간부직 4명)도 중복 입후보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NHK는 비례 대표 중복 입후보가 허용되지 않는 의원이 적어도 30명을 넘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현행 일본 선거법에서는 중의원 선거 때 소속 정당의 허가를 받은 지역구 출마 후보는 비례대표에도 중복 입후보할 수 있어 지역구 낙선 정치인이 비례대표로 의원직을 갖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비례 부활 의원'으로 부르기도 한다.

아사히신문은 "애초 자민당 집행부는 비자금 문제는 공천 판단 기준으로 삼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이틀간 협의를 거쳐 일부 요건을 변경한 모양새"라며 "당내 분열이 필연적"이라고 전했다.

실제 공천 배제 등 불이익을 집중적으로 당하게 된 옛 아베파에서는 벌써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옛 아베파의 한 중견 의원은 "이미 당의 징계 처분이 끝난 사안에 추가 조치를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아베파를 무너뜨리겠다는 것일 것"이라고 NHK에 말했다.

자민당은 지난 4월 정치자금 수지보고서 부실 기재 혐의가 있는 80명 중 39명을 징계 처분했는데 이 가운데 38명이 옛 아베파 의원이었다.

한편 마이니치신문이 사회조사연구센터와 함께 지난 3일 18세 이상 2천61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비자금 사건으로 문제가 된 의원을 공천하는 데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응답자가 70%에 달했다. '납득할 수 있다'는 견해는 8%에 불과했다.

지난 1일 취임한 이시바 총리는 "새 정권은 가능한 한 일찍 국민 심판을 받는 게 중요하다"며 중의원을 오는 9일 해산해 27일 조기 총선거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미 일본 정치권은 사실상 선거 체제로 돌입한 상황이다.

내각제인 일본에서 총리의 국회 해산권은 종종 유리한 시점에 선거를 치러 정권 기반을 다지려는 수단으로 활용돼 '전가의 보도'라는 평가도 받는다.

이달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을 거두면 이시바 총리의 정권 기반은 확고해지지만, 반대로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는 정권 초반부터 흔들릴 여지도 있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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