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 1년…"하마스 1인자 신와르, 중동 확전 원한다"

입력 2024-10-05 11:25
가자전쟁 1년…"하마스 1인자 신와르, 중동 확전 원한다"

"이스라엘 군사력 분산시킬 더 큰 전쟁 원해"

"여전히 건재, 하마스 장악력도 굳건"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오는 7일이면 가자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되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1인자인 야히야 신와르가 휴전에 더 회의적이 됐으며 오히려 중동지역의 확전을 원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지난해 10월 7일 가자전쟁을 촉발한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의 설계자인 신와르가 더 큰 전쟁을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당국자들에 따르면 신와르는 가자지구에서 1년간 전쟁을 치르면서 삶에 대해 회의적이고 운명론적이 됐다고 한다.

이란이 지원에 나서지 않자 좌절했고, 자신이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믿게 되면서 휴전 협상에 대한 태도가 더 강경해졌다는 것이다.

미국 당국자에 따르면 하마스는 최근 몇 주간 휴전 협상에 전혀 참여 의지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중동지역의 확전을 원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이 군사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더 큰 전쟁이 발생하게 되면 가자지구에서 병력을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시선을 돌릴 다른 전쟁을 원한다는 것이다.

NYT는 신와르의 이런 전략적 판단이 당장은 아니라도 궁극적으로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레바논 접경지역인 북부 지역 주민의 안전한 귀환을 전쟁 목표에 추가하겠다고 밝힌 이후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로 창끝을 돌렸다.

헤즈볼라 수뇌부를 잇달아 제거하고 제한적이라고는 표현했지만, 지상전에도 돌입하면서 전쟁의 주 무대를 가자지구가 아닌 레바논으로 옮겨가고 있는 모습이다.

헤즈볼라와의 전투에 주력하면서 가자지구에서의 작전도 예전보다 줄었고, 최근 몇주간은 하마스에 대한 표적 공습은 지속했지만, 민간인 지역에 대한 대규모 공습은 하지 않았다.

이란이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폭사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을 겨냥한 대규모 미사일 공격에 나서고 이스라엘도 재보복을 다짐하면서 중동지역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NYT는 이처럼 격렬한 전투가 지속되고 이란도 확전 상황에 말려들게 되면 '다중 전선 전쟁'(multifront war) 상황이 발생해 신와르가 바라는 것처럼 하마스에 대한 압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아직은 하마스에 유리한 상황은 전개되지 않고 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공습에 지도부를 대거 잃으면서 아직 이렇다 할 반격에 나서지 못하고 있고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도 이스라엘의 방공망에 대부분 요격됐다.

이란도 전면전은 원하지 않는 모양새다.

스콧 베리어 전 미국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이란이 하산 나스랄라가 살해된 데 원한을 품고 있겠지만 선택권은 제한적"이라며 "이란이 이스라엘과 곧 정면으로 맞붙을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신와르가 생존해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신와르는 오래전부터 전자기기 사용을 중단하고 인편으로만 조직과 소통하고 있으며 최근 몇달간은 생존을 증명할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그가 여전히 살아있으며 하마스의 주요 결정을 주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스라엘 소식통 등을 인용해 신와르가 건재하며 하마스에 대한 장악력도 여전하다고 보도했다.

신와르를 알고 있는 이들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이념이 가자지구 난민캠프에서 성장한 어린 시절과 이스라엘 감옥에서 보낸 22년간의 수감 생활을 통해 형성됐다고 말했다.

2011년 포로 교환으로 풀려난 신와르에게는 인질 교환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협상이 매우 개인적인 문제로도 평가된다.

그는 무장 투쟁이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믿고 있으며 이스라엘에 억류돼있는 모든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석방을 다짐해왔다.

다만 로이터는 그의 이런 목표는 여전히 달성되지 못했으며, 팔레스타인 국가 탄생도 아직 요원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eshin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