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넘어간 우크라 동부 요충지 폐허만 남아
"아우디이우카 점령 이후 러군 최대 성과" 평가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가 2년 넘게 공략한 끝에 점령에 성공한 우크라이나 동부 요충지 부흘레다르(러시아명 우글레다르)는 파괴되고 그을음으로 뒤덮인 건물들만 남아 있었다.
4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폐허가 된 부흘레다르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이 매체는 "전투로 많은 건물이 불에 탔고 거리에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며 사람은커녕 변변한 장비도 눈에 띄지 않는다고 전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하기 전 1만4천명 이상이 거주하던 이 마을에는 현재 약 115명의 민간인만 살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날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의 부흘레다르를 '해방'했다고 발표했다. 그에 앞서 우크라이나군이 이 마을에서 철수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러시아군이 주요 건물 위에서 러시아 국기를 흔드는 영상이 확산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위장복을 입은 저격수가 부흘레다르의 한 숲에서 총을 쏘는 영상도 공개했다. 러시아 보스토크(동쪽)군 소속의 한 저격수는 "적에게 저격수는 무서운 존재"라며 "모든 것이 즉시 그곳으로 날아간다"고 말했다.
이들 저격수는 부흘레다르 북부 방향으로 뚫린 우크라이나군의 마지막 탈출 경로를 러시아군이 장악했을 때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공황에 빠져 도망쳤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부흘레다르 방어를 위해 정예 부대와 장비를 배치했었기 때문에 큰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또 태평양함대 해병 여단도 이번 전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부흘레다르 장악은 지난 2월 격전지 아우디이우카 점령 이후 러시아군의 최대 성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곳은 고지대여서 적군을 감시하거나 포격하기 유리하다. 동부 전선과 남부 전선의 교차점에 위치하고 철도도 지나기 때문에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모두에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러시아군이 이 마을을 점령함으로써 도네츠크 남부의 항구도시 마리우폴로 진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州)에 러시아가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정부 수장 데니스 푸실린은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부흘레다르는 언덕에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이 그토록 저항했던 것"이라며 "이 마을은 러시아군에게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푸실린은 우크라이나가 이 마을에 준비해 놓은 수 ㎞의 지하 방공호와 통로도 러시아군이 통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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