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불황 장기화에 실적 '먹구름'…3분기 잇단 적자 전망

입력 2024-10-06 06:01
석유화학 불황 장기화에 실적 '먹구름'…3분기 잇단 적자 전망

LG화학 석화부문 적자 전환, 롯데케미칼 4개분기 연속 적자 유력

단기간 업황 회복 어려워 사업 체질 개선 '사활'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중국발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실적 부진 장기화에 대응해 주요 업체들은 설비투자를 줄이고 사업 운영을 효율화하는 등 체질 개선에 한창이다.

◇ 더딘 업황 회복…고유가·운송비 상승도 부담

6일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발표된 증권사 실적 전망(컨센서스)을 집계한 결과 LG화학의 올해 3분기 연결 영업이익 추정치는 작년 동기보다 35.3% 감소한 5천563억원이다.

특히 지난 2분기에 영업이익 323억원으로 3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한 석유화학(기초소재) 부문은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G화학의 3분기 석유화학 영업손실을 502억원으로 추정한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폴리염화비닐(PVC) 등 일부 제품 수익성 둔화 및 나프타 가격 하락에 따른 부정적 래깅(재료 투입시차) 효과에 적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케미칼은 작년 4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지속한 적자를 이번 3분기에도 이어갈 전망이다.

기초소재사업, LC타이탄, LC USA, 롯데GS화학을 포함하는 기초화학 부문은 주요 제품 스프레드 둔화와 부정적 래깅 효과로 적자 확대가 유력하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3분기 영업손실을 전 분기(1천112억원)보다 늘어난 1천341억원으로 전망하며 "예상보다 석유화학 업황 회복이 더디다"며 "고유가 및 운송비 상승으로 흑자 전환 시기를 내년으로 늦춰 잡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화솔루션도 케미칼 부문 적자에 더해 태양광 사업을 하는 신재생에너지 부문 적자도 겹쳐 3개 분기 연속 적자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석유화학 '빅4' 중 금호석유화학 정도가 주력인 합성고무 시황 회복에 힘입어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 현재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보다 25.4% 증가한 1천55억원이다.



◇ 투자 줄이고 비핵심사업 정리…"구조조정 노력 빨라져"

중국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수요 부진이 겹쳐 석유화학 산업은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빅4' 석유화학 업체의 공장 가동률은 이익의 마지노선으로 통하는 평균 70∼80% 수준에 머물렀다.

단기간 내 업황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업계는 투자 축소와 사업 구조 재편 등으로 수익성 개선에 힘쓰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설비투자(CAPEX)를 당초 4조원 규모로 잡았다가 경영 불확실성을 고려해 작년과 비슷한 3조원 초중반 수준으로 수정했다.

당분간 투자 확대보다 기존 자산 효율화와 가격 혁신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고객과의 물량 계약을 전제로 증설 규모를 확정하는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앞서 LG화학은 연초에 석유화학 원료 스티렌모노머(SM)를 생산하는 대산·여수 공장 가동을 중단했으며, NCC 2공장 지분 매각설도 꾸준히 돌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석유화학 업황 및 실적 부진에 대응해 설비투자 규모를 올해 3조원에서 내년 1조7천억원으로 줄일 계획이다.

또 회사 측은 비효율 자산 매각과 전략적 사업 철수 등을 통해 기초화학 산업 비중을 줄이는 자산 경량화(에셋 라이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기초소재 사업을 중심으로 해외법인을 대폭 정리한 데 이어 말레이시아 생산가지 롯데케미칼타이탄(LC) 등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석유화학 산업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화학 스프레드와 정제마진 모두 의미 있는 상승을 보여주지 못했고, 대외 환경은 계속 불안정한 가운데 공급 과잉 부담이 시황을 억누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적자가 길어지는 위기감 속에 구조조정 노력도 빨라지고 있다"며 "사업 매각과 파트너십 강화 등 경쟁 구도 재편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만큼 내년부터는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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