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에 초강경' 트럼프, 낙태·마리화나는 좌클릭…중도 공략

입력 2024-10-04 02:38
'이민에 초강경' 트럼프, 낙태·마리화나는 좌클릭…중도 공략

틱톡·오바마케어·연방 및 지방정부 세금 공제한도 입장도 번복

'개·고양이 식용 허위 주장' 트럼프, 아이티 이민자 체류 자격 취소도 공약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 대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낙태나 마리화나 등과 같은 이슈에서 '좌(左) 클릭'하고 있다.

불법 이민이나 통상 등의 분야에서는 기존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내놓은 것과 달리 초박빙 판세를 감안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이슈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출마 전에는 자신을 낙태권 지지자인 '프로 초이스'로 묘사했으나 첫 대선 출마 때는 반(反) 낙태 강경론으로 돌아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는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당시 연방 차원의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를 공약했다.

그는 실제 재임 중 보수 대법관 3명을 임명, 연방 대법원을 보수 우위로 재편하는 데 성공했으며 그 결과 연방 대법원은 2022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어 폐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던 당시에는 낙태를 받는 여성도 처벌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다만 이 발언으로 역풍이 크게 불자 자기 말을 번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대선에서도 애초 전국적인 낙태 금지를 공약할 수 있는 것처럼 시사했으나 실제로는 각 주가 알아서 결정하면 된다는 기존 입장만 재확인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거주하는 플로리다주의 임신 6주 이후 낙태 금지법에 대해 "6주는 너무 짧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전날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전국적인 낙태 금지법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리화나 문제에 대해서도 2016년에는 '의료용 사용'만 지지했으며 그 외 사용에 대해서는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그는 2020년에도 유사한 입장을 견지했으나 이번에는 21세 이상 성인에 대해 마리화나의 사적 사용을 허용하는 플로리다 주민 투표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개혁법) 폐지를 공약했으나 올해 전당대회 정강·정책에는 오바마케어 관련 내용이 없다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대선 토론에서 오바마케어 대체 방안 등을 묻는 말에 "계획에 대한 콘셉트가 있다"고만 언급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젊은 유권자 상당수가 사용하고 있는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대한 입장도 바꿨다.

그는 대통령 재임 중에는 미국 안보에 대한 위협을 이유로 틱톡 금지를 추진했으나, 올해 연초에 미국 의회가 틱톡 금지법을 처리하려고 하자 이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 및 지방 세금(SALT) 공제 한도에 대한 입장도 번복했다.

그는 재임 당시인 2017년 트럼프 감세안을 통과시키면서 SALT 공제 한도를 1만달러로 제안했으나 지난달에는 이런 제한을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SALT 공제 한도는 뉴욕, 캘리포니아 등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특히 비판받는 제도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가 이웃의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자신의 허위 주장으로 관심을 받은 아이티 이민자들의 합법적인 체류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전날 뉴스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그 사람들은 추방하고 본국으로 되돌려보낼 것"이라면서 "나는 (그들의 법적 지위를) 취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는 갱단 폭력 사태로 사실상 국가 기능이 붕괴된 아이티 출신의 이민자들이 합법적으로 다수 거주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토론에서 이들이 이웃들의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고 있는다고 말해 큰 비판을 받았다.

sol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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