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의회, '대통령 거부' 反성소수자 법안 서명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캅카스 지역의 옛 소련 국가 조지아 의회 의장이 대통령이 서명을 거부한 성소수자(LGBTQ) 권리 제한 법안에 서명했다고 AFP 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샬바 파푸아슈빌리 조지아 의회 의장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성명에서 "오늘 조지아 헌법에 따라 나는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이 서명을 거부한 '가족 가치와 미성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서명한 법안은 현재의 일시적이고 변화하는 사상과 이념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상식, 역사적 경험, 수 세기 동안 이어진 기독교와 조지아, 유럽의 가치에 기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조지아 의회의 승인을 받은 이 법안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 사용을 금지하고 영화·도서를 검열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또 남녀간이 아닌 결혼의 등록, 동성애 커플의 미성년자 입양, 성전환 수술 등을 금지한다.
유럽연합(EU)과 인권 단체들은 다수당 '조지아의 꿈' 주도로 의회를 통과한 이 법안이 성소수자 권리를 억압한다고 비판한다.
의회가 이 법안을 승인한 지 하루 뒤에는 조지아의 유명한 트랜스젠더 배우 겸 모델인 케사리아 아브라미제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친서방 성향인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은 전날 이 법안을 거부하고 의회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조지아에서는 대통령이 서명을 거부해도 의회 의장이 5일 안에 대통령을 대신해 서명하면 법안이 발효될 수 있다.
무소속으로 조지아에서 제한된 권한을 가진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은 집권당인 조지아의 꿈과 대립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친러시아 재벌인 비드지나 이바니슈빌리가 창당한 조지아의 꿈은 이번 법안을 발의하기에 앞서 지난 5월에는 대규모 반대 시위에도 러시아식 언론·비정부기구(NGO) 통제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법안들에 대해 서방에 기울어 있던 조지아가 권위주의와 친러시아 노선으로 돌아서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며 경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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