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人] 김수민 한투운용 ESG운용부장 "거버넌스 개선 기업 주가 더 오를 것"
"지배구조주주환원펀드,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인 수익률 기대"
"기업 여러번 만나 지배구조 개편·주주환원 의지 확인 후 투자"
"상법 개정되면 낮은 주주환원율 등 자동으로 해소될 것"
(서울=연합뉴스) 곽윤아 기자 =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글로벌 스탠다드(국제표준)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지배구조 개편에 적극적인 기업은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이죠."
김수민 한국투자신탁운용 ESG운용부 부서장(부장)은 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의지에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2018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업무를 맡아온 그는 이런 생각을 기반으로 펀드를 구상하기 시작했고, 지난 6월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제고에 적극적인 기업에 투자하는 '한국투자지배구조주주환원펀드'를 출시했다.
김 부서장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막 시작된 지금, 이 펀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상법 개정 등 일반주주의 권리 보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제도 개선이 차츰 이뤄진다면,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 가치는 점점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서장은 2007년 한투운용에 입사해 주식운용팀, AR운용팀, 리서치팀에서 근무했다. 2016년 삼성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2018년 한투운용에 재입사해 ESG 투자 업무를 맡아왔다.
다음은 김 부서장과의 일문일답.
-- 한국투자지배구조주주환원펀드를 소개해달라.
▲ 현재 안정적으로 주주환원을 하고 있거나, 주주환원을 확대할 가능성이 큰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의지와 그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인수합병(M&A) 등에 의해 재평가될 가능성이 있는지도 함께 고려한다. 목표 배당수익률은 4~5%로 기존 고배당형 공모펀드의 평균 수익률보다 1~2%포인트(P) 높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얻길 원하는 투자자에게 추천한다.
-- 올해 밸류업을 컨셉으로 한 금융상품이 다수 출시됐는데, 이 펀드만의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면.
▲ 산업간 기업 분배 등 형식적인 접근을 배제하고, 기업의 주주환원 능력에 순수하게 집중했다. 코스피보다 더 나은 수익률을 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면, 그때그때 시장을 주도하는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넣어야 하는데 굳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 시뮬레이션 결과 주주환원 능력, 지배구조 개선 의지 등 펀드 성격에 집중해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게 입증됐기 때문이다.
설계에 공을 많이 들였다. 수년 전부터 ESG를 활용한 펀드를 설계하기 위해 고민해왔다. 그중 가장 어려운 'G'(지배구조 개선)에 주목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은 반대로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개편에 적극적인 기업은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정부가 밸류업을 추진하기 시작했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생겨나자 펀드를 출시하게 됐다.
-- 지배구조 개선, 주주환원 의지를 정량 지표로만 판단하기는 어려울 텐데, 투자 종목을 어떻게 선별하는가.
▲ 먼저 정량 지표로 1차 스크리닝을 한다.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현금흐름, 주주환원율 등 시장에서 보는 지표는 다 본다. 그런데 정량 지표가 훌륭해도 우리의 정성 평가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이 많다. 실제로 만나보면 회사 경영진이 주주환원에 관심이 아주 적고, 인수합병(M&A) 등에만 집중하는 회사들이 있다. 이런 회사들은 투자하지 않는다.
기업 미팅을 통해서 주주환원에 대한 기업 의지를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직전 미팅과 비교해 그 의지와 실현 가능성이 커졌으면 긍정적으로 본다. 반면 특정 기업이 현금 흐름이 양호한데도, 주주환원보다 M&A에 더 무게를 둔다면, 특히 기존 사업과의 연관성이 낮은 신규 사업에 대한 M&A에 관심이 크다면 부정적으로 본다.
이런 기준들에 다 부합하는 회사가 많지 않다. 일반 공모펀드는 투자 종목 수가 통상 70~100개인데, 이 펀드는 30~40개로 적은 이유다.
-- 기업들의 주주환원에 대한 의지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 과거와 비교하면 평균적으로 많이 개선됐다. 기업 설명 자료만 봐도 느껴진다. 지금은 돈을 못 벌지만, 돈을 벌면 앞으로 어떻게 주주환원을 할지 구체적이고, 투명하게 계획을 발표하는 기업이 아주 많아졌다. 예전에는 이런 회사들이 10곳도 안 돼서, 이런 펀드를 만들고 싶어도 못 만들었다.
-- 이렇게 분위기가 점차 바뀌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진 것도 분명히 영향이 있다. 여기에 과거 1세 경영, 2세 경영 당시와 비교하면 '주가를 눌러서 경영권, 지분을 승계해야 한다'는 액션이 끝났거나 압박이 이제는 많이 옅어진 것 같다. 이제는 주가를 진짜 올려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기업에 요구하는 것들도 많아지고 있고,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사모펀드들이 적극 요구하는 것도 있다.
-- 밸류업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많이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는데, 지금 투자를 시작하기에는 늦지 않았나.
▲ 연초와 비교하면 밸류업 기대감이 이미 많이 반영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지금 주가가 저렴한 것이라고 본다. 주주환원,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는 기업들의 주가는 강력한 하방 경직성을 보여줄 것이다. 내년, 내후년으로 갈수록 주주가 실질적으로 얻어갈 수익이 증가하므로, 이에 따른 주가 상승은 지속될 것이다. 여기에 소액주주를 위한 정책이나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면 그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 그런데도 밸류업 관련 상품에 대한 투자자 관심은 아직 크지 않은 것 같다. 관심이 적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과거를 보면 한국 주식시장은 주도주가 이끌어왔다.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 중국 소비주,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인공지능(AI) 등이다. 이런 주도주들은 단기간 크게 올랐지만, 이후 큰 폭으로 하락했고 이런 역사는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현재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는 주도주에 투자하고, 이익을 빠르게 얻은 뒤 엑시트해야 한다는 인식이 시장 전반에 퍼진 것 같다. 주주환원, 지배구조 개선 등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하는 것들에 대한 관심이 적은 이유다.
또한 지금 한국 시장 자체에 대한 매력도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고, 주주환원, 지배구조 개선에 힘입은 주가 상승이라는 경험치가 부족하다.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고 본다. 이런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걸 직접 확인하게 되면 분위기는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 투자자의 요구 등을 고려하면 분위기 전환까지 오래 걸릴 것 같지 않다.
-- 이번에는 정말 코리아 디스카운트(주식 저평가)가 해소될 수 있을까.
▲ 한국 주식이 지나치게 저평가돼있고, 기업들의 주주환원이 정말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이 이렇게 주목받았던 시기가 있었나.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주주환원, 지배구조 개선에 있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가 분명히 있다. 정책 지향점, 우리가 갈 방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의미다. 앞으로 어떤 속도로, 어떤 정책들이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방향으로 바뀔 것은 분명하다. 이런 방향을 주도하는 기업들의 주가 상승 여력은 매우 클 것이라고 본다.
-- 지금 가장 관심 있게 보고 있는 금융시장 관련 논의는 무엇인가.
▲ 상법 개정이 핵심인 것 같다. 일반 주주의 권리 보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상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낮은 주주환원율 등 다른 문제는 자동으로 해소가 될 것 같다. 지금 당장 큰 폭의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이런 주제가 사람들에게 익숙해지고,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된다면 생산적인 논의가 자주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o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