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최윤범 "고려아연 1주당 80만원, 전혀 비싼 가격 아니다"
영풍·MBK와 경영권 분쟁에 첫 공개 기자회견 등판
"2033년 매출목표 25조…이그니오홀딩스 인수,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중요 축"
영풍 겨냥 "대주주 외 75% 주주는 종인가"…"오해 있다면 장형진 고문에게 죄송"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영풍·MBK파트너스(이하 MBK)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010130]의 최윤범 회장은 2일 "고려아연의 2033년 매출 목표는 현재보다 2.5배 늘어난 25조원에 달한다"며 "(고려아연의) 1주당 80만원은 전혀 비싼 가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자기주식 취득이 합법이라는 취지의 법원 결정이 나온 이후 첫 공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베인캐피털은 2.5%, 고려아연은 15.5%의 공개 매수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공개 매수 해당 주식은 18%에 해당하며, 이는 투자자들과 주주들이 확실하게 저희가 제안하는 공개 매수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75년간 동업 관계를 이어온 영풍 측 장형진 고문을 향해 "어떤 이유로든 간에 장형진 고문께서 오해하거나 기분 나쁘실 때가 있었다면 어린 사람으로서 굉장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제가 그런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최 회장과의 일문일답.
-- 현재 고려아연 주가가 사상 최고치다. 지분 경쟁에서 이기더라도 재무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는데.
▲ 영풍 강성두 사장이 '고려아연의 잠재 가치는 100만원이 넘고 120만원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영풍·MBK 측 주장 중 거의 유일하게 동의하는 부분이다. 비철제련업을 비롯해 현재 추진 중인 '트로이카 드라이브'라는 신성장 동력을 추진하면서 앞으로 2∼3년 안에 고려아연에 내재된 진정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 자사주 취득 관련 가능 금액을 놓고 MBK 측과 고려아연의 주장이 왜 다른가.
▲ 영풍과 MBK는 '80만원 이상으로 공개 매수하는 것은 배임'이라는 주장을 계속 펼치고 있다. 이런 주장은 오늘 법원에서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저희는 지난해 12월 인베스터데이에서 2033년 매출 목표는 현재보다 2.5배 늘어난 25조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고려하면 '고려아연 주가 주당 80만원'은 전혀 비싼 가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 매수 절차를 중지하는 추가 가처분을 냈는데.
▲ 오늘 아침 판결이 난 가처분 소송에 대한 '재탕'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MBK의 공개 매수 거래일이 4일 하루밖에 남지 않은 급박한 상황을 이용해 공개 매수에 대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고, 투자자들에게 MBK 측 공개 매수에 참여하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
-- 베인캐피털도 공개 매수에 들어오는 것과 관련, 최소수익률 보장 등 밝힐 수 있는 주주 간 계약이 있는가.
▲ 주주 간 계약에 대해서는 비밀 유지 조항이 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다. 다만 베인캐피털과 고려아연 사이에서는 어떠한 주주 간 계약서도 없다는 점을 확인해드린다.
-- 영풍 측은 '이그니오홀딩스' 등 해외투자가 부적절했다고 주장한다.
▲ 이그니오홀딩스 투자는 15만t의 동을 생산하겠다는 목표 등을 담은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중요한 축 중 하나다. 여러 네트워크를 통해 동스크랩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탐났기 때문에 이 업체를 인수했다. '도시 광산'에서 동을 수급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능력을 산 것이라고 보면 된다.
-- 장기적으로 경영권 안정화 방안은.
▲ 솔직히 지난 3주간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나오는) 오늘만을 바라보면서 살았기 때문에 정확한 계획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다. 저희의 일차적인 목표는 MBK와 영풍이 함께하는 공개 매수를 저지하는 것이었다. 다만 MBK와 영풍에게 경영권을 내드리는 선택은 고려아연의 미래, 임직원과 협력사 주주들, 그리고 국가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확신했기에 오늘 공개 매수 결정을 발표하게 됐다.
-- 영풍과 갈등의 시작이 무엇인가.
▲ 영풍이 대주주이지만 고려아연은 주주총회를 통해 여러 가지 결정을 하는 주식회사다. 25%의 주주가 어떤 상장된 법인의 주인이라면 나머지 75%의 주주들은 과연 종인가. 저는 주총과 이사회에서 의장으로 임명해주신 회장직을 영광스럽게 수행하면서 합법적인 의무와 능력을 다 써서 고려아연의 경영자로서 일하겠다.
-- 영풍 측이 필요로 한다면 돕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화해의 제스처라고 봐도 되나.
▲ 화해의 제스처다. 이유가 뭐가 됐든 MBK와 영풍이 연합해 영풍이 가진 문제들을 적대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적절하고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려아연과 영풍이) 머리를 맞대면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는 해결책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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