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극초음속 미사일 주장…이스라엘 4월보다 더 뚫린 정황
진위·성능 두고 의심…전문가 "안 쓰던 미사일 쓰긴 한 듯"
파타흐-1 사용여부에 시선집중…모사드 1㎞ 내 폭발 관측되기도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이란이 1일(현지시간) 단행한 이스라엘 공습에 극초음속 미사일을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무기가 극초음속 미사일인지는 둘째치고 이란이 극초음속이라고 자칭하는 미사일을 실제로 썼는지를 두고도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이날 자국 언론들에 이스라엘의 방공 레이더 시스템을 파괴하는 데 극초음속 파타흐 미사일을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은 작년에 파타흐-1 미사일을 공개하며 국내에서 자체 생산한 첫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홍보한 바 있다.
이 무기가 음속의 15배 속도까지 날아갈 수 있고 미사일 방어체계를 목표물로 삼을 수 있다는 게 이란의 주장이었다.
이란혁명수비대의 이날 주장을 두고 군사 전문가들은 여러 다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일단 이란이 파타흐-1을 사용한 전례를 보지 못했으며 이번 이스라엘 공격에 기존에 안 쓰던 무기를 꺼내 든 것 같다는 의견은 공통적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 잔해의 동영상, 사진을 보며 최신식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예전에 이란에서 사용한 것 중에 보이지 않는 탄도미사일로 파타흐 미사일이 포함됐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파비안 힌츠 연구원은 미사일의 수직안정판 양식이 파타흐-1이나 카이바르 셰칸와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이란의 파타흐-1 사용 가능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미국 무기 전문가 트레버 볼은 CNN방송에 나와 이란이 파타흐-1을 썼다고 거짓 선전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볼은 파타흐-1을 실제로 사용할 경우 이스라엘이 해당 무기에 대한 정보를 얻고 나아가 이 무기를 무력화할 방안을 찾을 수도 있다며 이란으로선 "그것을 사용함으로써 잃을 것이 많다"고 짚었다.
파타흐-1이 실질적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에 해당하는지를 두고도 아직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
다수 군사 전문가들은 미사일이 특정 비행구간에서 음속 15배 이상의 속도를 내더라도 타격 단계까지 통제 속에 음속 5배 이상 속도를 유지하지 못하는 등 위력에 약점이 있으면 극초음속 미사일로 규정하기를 꺼린다.
이란이 이번 공습에 최신형 탄도 미사일 카이바르 셰칸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카이바르 셰칸은 이란이 2022년 공개한 사거리 1천450㎞의 고체 추진식 정밀 유도 미사일이다.
이란 언론에 따르면 이는 지난 4월 이란의 이스라엘 대규모 공습 당시에도 사용됐다.
NYT는 이란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 약 180발 중 몇 발이 카이바르 셰칸이나 파타흐-1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공습 관련 영상에 이들 유형의 미사일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부스터 부분이 발견된다고 전했다.
이번 공습에 샤하브-3 시리즈의 개량형이 사용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무기 전문가 볼은 공습 사진·동영상에서 '에마드', '가드르'와 같은 샤하브-3의 변종과 일치하는 파편을 식별할 수 있다고 CNN에 설명했다.
샤하브-3은 이란의 주력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북한의 노동 미사일을 바탕으로 개발된 것으로 평가된다.
IISS의 무기 전문가 톰 카라코는 이란의 지난 4월 공격과는 달리 "더 많은 미사일이 (방공망을) 뚫은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스라엘은 올해 4월 이란의 미사일 수백발 공세 때 99%를 요격했다고 밝힌 바 있다.
CNN방송은 소셜미디어(SNS)에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외곽에 있는 모사드(해외 정보기관) 본부에서 북서쪽으로 1km도 안 되는 거리에서 이란의 미사일이 폭발한 것처럼 보이는 영상이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hrse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